중국인이 이夷라는 글자를 오랑캐라고 풀이한다면 자가당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이東夷는 『맹자』나 『설문해자』에 나와 있듯이 단순히 동쪽의 사람이라는 ‘동방지인야東方之人也’일 뿐이다.
『맹자』 이루장구하에 말하기를 ‘순임금은 저풍에서 나시고 부하로 옮기시어 명조에서 돌아가시니 동이의 사람이며, 문왕은 기주에서 나시고, 필영에서 돌아가시니 서이의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맹자』에 나오는 이 문구는 여태까지의 선사시대를 역사시대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해주는 내용이다. 공자가 주장하는 동이東夷는 그가 살고 있던 동쪽지방 사람이고, 서이西夷는 문왕이 살고 있던 지금의 섬서성 보계시寶鷄市가 있는 기산岐山 아래에 있던 서쪽지방의 사람이다. 그렇다면 하夏는 어디인가. 하의 수도는 지금의 하남성 안양安陽이다. 이곳은 바로 순임금이 살았던 동이의 고장이다.
따라서 앞의 문구 ‘만이활하蠻夷猾夏’는 이족夷族인 하나라가 이족夷族인 하를 침노했다는 졸작을 만들어내고 마는 셈이다. 순임금은 동이東夷의 사람이고 또 하나라 시조인 우임금의 이름이 바로 이夷이다. 금문에서 이夷는 다음의 제위를 물려받을 사람, 또는 위대한 사람, 대인을 뜻한다고 하였다.
한편으로 예기禮記에는 동방왈이東方曰夷라고 하였고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동방만인東方蠻人이라고 하였다. 중국을 통일한 동이족 혈통인 진시황제가 자기 선조를 오랑캐라고 한 공자의 「만이활하」라는 말을 듣고 어떤 태도로 나왔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천하를 통일한 마당에 자기 선조를 오랑캐로 취급한 이들을 그냥 둘리가 있었겠는가. 분서갱유는 어떻게 보면 거쳐야 할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서기전 2517년 신농에 의해 동쪽 곡부曲阜 땅에 세워진 삼황오제 시대는 219년 만에 하나라를 세운 우임금의 아들 계啓에게 망하고 그 후 서쪽 땅으로 옮겨가 살던 동이족은 그 맥을 이은 진나라가 일어서기까지 대략 1250년이 걸린다. 그곳이 바로 태백산이 있는 섬서성 서안을 중심으로 한 지역이다. 또 서역의 공자로 추앙받는 촉蜀의 양웅揚雄(서기전58~서기18년)의 법어法語에 종이활하宗夷猾夏라는 글귀가 나오는데 이 뜻은 ‘동이족의 종가집인 진시황(宗夷)이 하나라를 소란케 한다(猾夏).’라는 내용이다. 이 글귀는 바로 진시황이 동이족의 혈통임을 밝혀주는 내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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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연구소 반재원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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