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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재원의 『땅이름의 허와 실』 - 여우고개와 도룡동 그리고 한티와 곰티

여우고개는 산길이 넓지 않고 좁은, 가늘고 여윈(살찌지 않은)길이 나있는 작은 고개라는 뜻으로 ‘여윈고개’인데 ‘여우고개’가 되었다.

여우비도 마찬가지로 굵고 살찐 비가 아닌 ‘여윈비’가 ‘여우비’로 변한 것이다. 여우비가 올 때마다 여우는 팔자에도 없는 시집을 간다.

오솔길은 ‘외솔길’이다. 외따로 나있는 폭이 솔고 좁은 길이다. 여우고개와 비슷한 의미이다.

대전 유성구 도룡동은 탄동천이 갑천으로 하여 이 동네를 휘돌아서 금강으로 빠지므로 물이 돌아나가는 물돌이, 돌물, 돌미르의 의미가 도룡道龍으로 변한 것이다.

여우고개나 오솔길이 여우나 오소리의 전용도로가 아니듯이 도룡동도 옛 도룡룡 서식지가 아니다. ‘토까이길’은 오솔길보다 더 좁은 토끼길이다. 여수麗水도 폭이 좁다는 뜻인 ‘여윈내’에서 유래된 것이다.

영주의 죽령은 원래 대(大)재 즉 큰재인데 ‘대’가 대나무로 변하여 신라 경덕왕때 죽령竹嶺으로 바뀌었다. 경북 청도군 풍각지방의 ‘죽바위’도 100명은 앉을 수 있는 큰 바위인데 그 대(大)바위가 죽바위가 되었다. 이효상 전 국회의장은 청도 각남면의 죽바위를 둘러보고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보다 훨씬 낫다고 하였다.  

대치동의 치峙는 완만한 고개를 뜻한다. 거제도 연초면 덕치리와 익산시 함열읍 성매리 석티부락도 이와 같다. 대치는 한티이다. 큰 고개는 ‘검티’ ‘곰티’이다.

령嶺(재)은 대개 더 험하고 큰 고개이다. 대관령, 죽령, 조령, 팔조령 등이다. 대관령은 한번 넘어지면 데굴데굴 굴러떨어지는 험한 고개이므로 데굴령이라고 한 것이 대관령이 되었다고 한다. 

훈민정음연구소 반재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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