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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마음으로 보는 세상』 - 태어남에 귀천이 없다

금수저와 흙수저 이야기

몇 해 전부터 인터넷과 방송에서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들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우스개로 '수저 계급론'이라고 이름 붙여 보자. 금수저 계급은 좋은 가정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운 좋은 사람들인 반면 흙수저 계급은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운 나쁜 사람을 지칭하는 의미이다.

즉, 다시 음미해보면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결정되는 사회의 불공평한 면을 꼬집는 신조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 사회 구조는 분명히 유산층과 무산층으로 구분되고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중산층이 가세되어 3분화가 형성되어 있는 구조다.


실제로 흙수저는 존재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젊은 친구들이 요즈음 많다. 나는 잘못 태어난 존재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는 억울한 것이 당연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연봉이 적은 것도, 외모가 뛰어나지 못해 주목받지 못하는 것도, 친구보다 잘 나가지 않는 것도, 모두 부모 탓인 듯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까. 아니다. 세상에는 태어나기 전부터 결정돼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있다. 아프리카 난민들은 갓난아이에게 맞힐 백신 하나 구할 길이 없어 자식이 죽어 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동남아 가난한 어린이는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 가는 대신 동생과 함께 쓰레기통을 뒤진다. 조상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유전인자로 인해 평생을 약과 씨름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생을 원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그래서 소위 흙수저는 존재한다.


우리에겐 흙수저는 없다

우리에겐 흙수저라 해도 진정 흙수저는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가진 것이 너무 많다. 우선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다. 부모님과 사랑하는 가족,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이 있다. 잘 사는 국가, 깨끗한 거리에 살고 있으며, 아프면 언제든 병원에 갈 수 있고, 약을 사 먹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운 좋게도 우리가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나면서 거저 얻게 된 특혜들이다.

사진출처=동아경제 '수저계급론' 중 화면 캡쳐

그런데도 노력해서 과실을 따려고 하지 않고 제일 안정적이라는 공무원 응시나 대기업 진출에만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이에 곁들여 3D 업종이나 중소기업 등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 스스로 노력해서 자립하려는 근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자살률 OECD 국가 중 1위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자살률은 몇 년 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의 두 배를 넘는 수치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행복지수도 여전히 하위권이다. WHO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세계보건통계'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스리랑카 35.3명, 리투아니아 32.7명, 가이아나 29명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은 28.4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았다. 아울러 OECD 국가 중에는 단연 자살률 1등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10~30대까지의 자살률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과도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풀만한 곳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맹목적으로 좋은 회사, 좋은 집, 좋은 차, 돈 등 물질적 가치만을 너무 추구하는 사회 풍조도 한 몫 하고, 우리나라는 특히 인적자원의 나라이기 때문에 평균은 되어야 그나마 먹고 살아가며, 다른 나라 대비 일하는 시간에 비해 휴식시간이 적다, 그리고 주5일제를 시행 안하는 곳도 많고, 노동 여건이 힘들지만 나아지지 않는 환경 등의 이유로 자살률이 높게 나온다.


국민행복지수 세계 57위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세계 156개국을 상대로 국민행복도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2018 세계 행복보고서'를 2018년 3월14일 바티칸에서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875점으로 세계 57위에 랭크되었다. 1위는 7.632점을 얻은 핀란드에게 돌아갔다. 이어 노르웨이와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네델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호주 순으로 10위 안에 포진했다. 독일은 15위, 미국은 18위, 영국은 19위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대만(6.441)이 26위로 순위가 가장 높았고, 싱가포르(6.343) 34위, 일본(5.915) 54위, 중국(5.246) 86위 등이 뒤를 이었다.

1위를 차지한 핀란드인들은 부를 웰빙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들이다. 핀란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이웃 북유럽 국가들보다 낮고 미국보다는 훨씬 뒤처지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세금을 납부해도 그것을 모두의 삶의 질을 위한 투자로 인식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국민 정서에 있다. 이는 행복지수 상위 10개국 중 대다수 국가는 비록 엄청난 세금을 낼지언정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견고한 사회 지원 시스템과 좋은 공공 서비스라고 믿는 사회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철학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

물질은 넘쳐나지만 정신은 늘 배고프고 빈곤하다. 왠지 나만 손해 보는 것 같고 억울한 일 투성이니 당연히 불행할 수밖에 없다. 행복은 결코 물질에 있지 않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이 없으면 어떤가.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한 끼 식사를 나눌 수 있고, 지구 반대편 누군가를 위해 작은 금액이라도 후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금수저이며 행복이 아니겠는가! 우리 젊은이들도 마냥 공무원 시험에 재수, 삼수를 할 게 아니라 도전과 모험정신으로 세계 시장에 나아가 맨땅에 헤딩으로 도전정신을 발휘해 보면 어떨까?

1970년대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건설의 역군으로, 간호사, 광부로 낯선 이역만리에서 매달 본국 가족들에게 보내 온 달러로 우리를 이만큼 잘 사는 나라로 만들었음을 안다면 해외로 나가는 것이 무엇이 두렵겠는가. 국내에 청년 실업자가 10%대에 육박하고 전체 실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정부 발표는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하고 우리 청년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일본에는 어느 곳이든 일할 사람이 없어 난리가 날 정도로 호경기라는 데 왜 우리는 금수저, 흙수저 타령만 하고 계속 실업자 수는 늘어만 난다고 난리들인가.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 우리의 의식 개혁만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이동호 회장, KIC고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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