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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엄마’의 원형질

 신경숙씨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인 ‘Please look after Mom’이 미국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며 인기다.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현재 20위권에 진입하고 있다.

 

 

 2008년 이 소설은 국내에서 170만부가 팔리면서 파격적인 인기를 누렸다. 미국독자들의 호응도 선풍적이고 아마존이 선정한 ‘이달의 책’에도 선정되었다. 한국문학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치밀한 주제의식과 한국이란 낯선 문화를 접하면서 엄마가 지니는 보편적인 호소력에 매료되는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 한참 후에도 여운이 남는 굉장한 소설’로 평가하고 있다. 초판 10만부가 인쇄되었고 유럽에도 출간될 예정이다.

 

 

 물론 모두가 호평하는 것은 아니다. 모리 코리건이라는 미국작가는 ‘김치냄새 나는 크리넥스 소설’이라며 혹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소설의 발단은 시골 어머니가 지하철역에서 실종되면서다. 가족들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해나가는 과정이 추리소설 같은 긴장감을 준다. 엄마를 찾는 전단지를 돌리며 실종사실이 새롭게 다가오고 엄마의 시선으로 고정되면서 클로즈업된다. 작가는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던 엄마의 인생과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정교한 문체로 묘사되는 어머니는 우리시대의 보편적인 어머니상으로 복원된다. 먼 산처럼 배경으로 묻혀있던 엄마의 삶이 무거운 회한과 끈끈한 질감으로 모자이크된다. 마침내 어머니는 지상의 모든 상처와 슬픔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사랑의 화신으로 귀환하고 있다.

 끝없는 사랑과 봉사, 희생으로 한평생을 살다가 이제는 빈껍데기로 서 있는 어머니의 낡은 초상을 보며 무심했던 자신들을 질책한다.  

 

엄마를 부탁해 - 뮤지컬 포스터


 
 엄마는 잃은 것이 아니라 ‘잊은’ 것이라는 가족들의 참회가 이어지면서 고해성사도 절절해진다. ‘나는 엄마처럼 못 사는데 엄마라고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엄마가 옆에 있을 때 왜 이런 생각을 한 번도 못했을까? 딸인 내가 이 지경인데 엄마는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둘째딸이 쓴 편지 속의 절규가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렇다. 이 지상에서 하느님을 가장 많이 닮은 존재가 어머니다. 인간 최초의 학교는 어머니의 태(胎)중이고 무릎이다. 아이들에게 어머니는 하늘이고 태양이다. 무지개로 서 있는 신의 대리인이다. 
 
 신경숙이 아니라도 우리시대의 어머니는 실종되었다. 다 건져먹은 김칫독처럼 엄마를 밀어내버린 우리자신들의 이야기다. 잊어버리고 떨쳐버린 어머니는 박제된 표정으로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신경숙도 못 자국이 선명한 예수의 주검을 안고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의 마리아상에서 감지되는 엄마의 체취와 환영에 괴로워한다. 자기도 모르게 ‘엄마를 부탁해’하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한없이 투명하고 선량한 어머니가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상에서 부활하고 있음을 본다. 작가의 눈물 젖은 더듬이로 찾아낸 엄마의 원형질이다. 신경숙 소설언어의 현란한 연금술이다.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어머니가 되면서 성모 마리아를 닮아가는 것이다. 누구나 어머니를 닮아 가는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신경숙이 탄주하는 ‘엄마’의 원형질은 인간의 영혼을 흔드는 습관적인 스킨십이고 생래적인 신의 지문이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한국적인 정(情)의 미학이 세계를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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