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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함부로 목을 베는 사람들

 영국의 인류학자 프레이즈의 대표작 ‘황금가지(The Golden Bough)’는 고대인들의 신화를 비교종교학적 시각에서 분석하여 문명의 근원과 종교의 진화과정을 밝힌 명작이다.

 

 

 12권의 방대한 이 저서는 신화가 함의한 종교적, 주술적 가치와 고대인들의 우주관을 탐색할 수 있는 보물지도와 같다. 이처럼 ‘황금가지’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섬광이 있다.
 
 역사가 오래된 민족은 대부분 자신들의 민족신화를 가진다. 따라서 신화는 그 민족의 근원적인 집단무의식과 역사적 체험이 농축되어 있고 시공을 초월한 상징성으로 표현되며 대를 이어 전승하게 된다.
 
  우리민족도 고유한 ‘단군신화’가 있고 몇 가지 심층적 의미를 지닌다.
 첫째, 전체 줄거리가 하늘과 땅과 사람의 관계로 천지인 합일사상을 표현하고 이 3가지 요소는 환웅을 통해 결합되고 있다. 이런 삼위일체의 중심사상은 하늘숭배이므로 우리민족은 천손족임을 자부해왔다.
 
 둘째, 인간의 출현에 대한 신념체계이다. 단군은 하늘에서 온 신과 동물의 교합에 의한 생산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신에 의한 인간창조설과 동물로부터의 진화설을 결합시킨 것이다. 따라서 우리선조들의 합리적 사고를 반영한 ‘절충적’ 인간관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신화에는 한민족의 종교, 정치, 사회사상도 압축되어있다. 삼라만상을 모두 내 몸처럼 생각한 사상이 ‘홍익인간’이고 모든 일을 하늘의 이치에 따라 풀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순리’이다. 역(易)으로도 신화 속의 쑥은 음이고 마늘은 양이니 음양화합의 원리를 귀하게 여겼다.

 넷째, 무리사회에서 부락사회로, 다시 부락연맹사회로 발전했던 한민족의 고대 농경사회의 역사적 체험이 그대로 퇴적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대 부락은 곰, 호랑이 등 수호신을 가졌다. 가장 강한 토템(Totem)을 가진 부족이 패권을 차지하고 종교적 수장이 되었다. 환웅과 곰녀의 결혼은 하늘 숭배 부락과 곰을 숭배하던 부락이 연맹체를 형성했다는 은유적 표현이고 그들의 수호신이 상징적으로 신화에 나타난 것이다. 세력이 약했던 호랑이 수호신 부락 등은 탈락했다고 본다.

 따라서 단군신화는 한민족의 종교적, 역사적 체험을 총체적으로 담는 집단무의식의 표출이요, 민족원형을 가꾸어온 ‘황금가지’인 셈이다.
 
 황금가지는 불변의 진리를 암시하는 메타포가 있다. 어느 민족이든 민족원형을 잃어버리면 뿌리 뽑힌 나무처럼 망한다는 사실이다. 유대인이 천년을 방랑하면서도 민족원형인 ‘시오니즘’을 고수했기 때문에 오늘이 있었다. 반대로 미국의 인디언 말살정책은 곧 인디언 민족원형의 파괴역사였다. 그들의 삶의 중추였던 버펄로를 학살했고 6천만으로 추정되는 인디언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은 인류최대의 비극으로 꼽힌다.

 일본은 기독교로부터 자국의 ‘신도(神道)이즘’을 지키기 위해 도쿠가와 막부가 ‘후미에’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길거리에 마리아상과 예수상을 양각으로 새겨놓고 그것을 피해가는 기독교신자 28만 명을 죽였다. 오늘까지 일본에는 기독교가 발을 붙이지 못한 까닭이다.
 
 봉화군의 모 초등학교에 있는 단군상의 목이 잘렸다는 보도다. 5년 전에도 이곳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종교관계자가 구속된바 있는 것으로 보아 같은 광신자들의 소행으로 보인다. 지금도 홍익문화단체와 기독교단체가 복원을 싸고 신경전을 벌인다는 소식이다.
 
 사람의 목을 베는 행위는 참수(斬首)라 하여 극악무도한 흉악범이거나 나라를 뒤엎는 역적에게 내렸던 극형이었다. 이 나라 시조(始祖)가 그런 악의 축(?)인지 참으로 망연자실해진다. 범인이 ‘사랑’과 ‘자비’를 입에 담는 종교인이라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와 믿음이 다르다고 하여 함부로 동상을 훼손하는 일이 정당하다면 꼭 같은 보복을 당해도 할 말이 없어진다. 마리아나 예수 상처럼 단군상도 엄연히 의인화된 인격체다. 사람의 목을 자르고도 구원을 바란다면 그건 종교가 아니라 마귀의 화신이다. 그런 발상자체가 오만이요 자아팽창적인 독선이다.
 
 유대인이나 일본인들이 ‘민족원형의 보존’에 목숨을 걸었던 것은 결코 국수주의적인 ‘쇼비니즘’이 아니다. 자신들의 민족정체성을 보존하고 국가번영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어느 시대든 고유한 민족정체성을 잃으면 망국의 길로 치닫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황금가지’인 단군상을 훼손하는 일은 자해적인 망발이요 국가적인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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