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양이기에 수직으로 상투를"
"여자는 음이기에 수평으로 비녀를"
■ 유교와 사대(事大)로 인한 국가 초례의 폐지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민간에서 행하는 관혼상제(冠婚喪祭) 등의 초례에 대해서는 관대했지만 국가적인 초례행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중국을 존중하고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성리학적 명분론에 입각해 취한 대외정책이었던 존화양이론(尊華攘夷論)에 의해 조선은 중국의 제후국임을 자처했다. 그래서 봉건적 위계질서에 따라 ‘중국의 황제만이 천지와 상제님께 제사를 지낼 수 있고, 제후국은 종묘사직에 제사 지내고 서민은 조상에게 지낸다’는 것이 당시에 지켜야할 예법이었다. 이런 원칙에 벗어날 때는 그것을 음사(淫祀)라고 규정하였다. 초례는 성수(星宿)에 대한 숭배이지만, 역시 하늘에 대한 제사이므로 음사로 규정되었고, 더구나 국가에서나 왕실에서의 초례도 천제(天帝)에 대한 숭배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천자는 천지에 제사 지내고 제후는 사직에 제사드린다. 天子祭天地 諸侯祭社稷 『예기』
천자는 상제에게 제사 드리고 제후들은 모여서 천자의 명을 받는다. 天子祀上帝 諸侯會之受命焉 『국어』 「노어」
이러한 이유로 조선중기 중종 때 사림의 지도자인 정암 조광조는 초례를 주관하는 소격서의 철폐를 강력히 주장하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소위 기묘사화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당시 사간원 대사간이었던 박광영의 상소는 ‘경비가 많이 들고 복을 받지 못한다’는 논리였지만, 보다 중요한 원인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종법제가 강화되면서 중국에 대한 사대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조선시대에 초례가 국가적 행사로는 점차 퇴락하고 단지 민간의 의례 속에서만 남아있게 된 것이다.
전하께서 빨리 음사를 혁파하시어 신민(臣民)들의 소망을 통쾌하게 해주신다면 치교(治敎)가 순일하여 사망(邪妄)한 데 빠지지 않고, 국비(國費)가 절약되어 쓸데없는 낭비가 없게 될 것입니다. 伏願殿下, 亟撤淫祀, 痛快臣民之望, 則治敎一而不雜於邪妄, 國費省而不至於冗濫。『조선왕조실록』 <중종 25년>
■ 초례와 상투의 관계
관례(冠禮)는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춘기 남녀, 곧 생리적인 전환기에서 일정한 시기에 이제 어른이 되었음을 사회적으로 승인하는 의식이다. 특히 여자의 성인의식을 계례(筓禮]라고 하는데, 관례와 달리 계례는 혼례에 흡수되어 실행되었다. 이때 행하는 중요한 예식의 하나가 남자는 상투를 짜고, 여자는 쪽을 쪄서 머리모양에 변형을 가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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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례에서 상투를 틀고 망건을 쓰는 의식 |
그런데 관례, 즉 초례를 하면서 상투를 튼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상투의 어원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상투는 한자어로는 ‘추계(推髻)’ 또는 ‘수계(竪髻)’라고 하는데, 중국의 『사기(史記)』에 위만(衛滿)이 조선에 들어올 때 ‘추결(魋結)’을 하고 왔다는 기록과 『삼국지(三國志)』 위서 동이전 한조(韓條)에 ‘괴두노계(魁頭露紒)’, 즉 관모를 쓰지 않는 날상투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미루어, 상투의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변천한다는 뜻의 추推, 더벅머리라는 뜻의 수竪, 상투라는 뜻의 계髻에서는 상투의 의미를 전혀 알 수가 없다.(인용: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상투의 어원이 ‘가장 으뜸 되는 머리’라는 뜻의 상두(上頭)라는 설도 있지만, 이를 통해서도 상투의 깊은 뜻을 알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상투의 본래 의미는 무엇일까? 그런데 상투와 관련한 자료를 찾던 중 증산도의 『도전』에서 이와 관련한 많은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두(上斗)가 무엇인 줄 아느냐? 앞으로 네 번 돌리고 뒤로 세 번 돌리니 칠성(七星)이 응했느니라. 뾰족한 수란 상투의 덕을 이름이니 판밖에서 일을 지을 때에 한번 크게 쓸 것이니라.” (증산도 도전 6:57)
증산 상제의 이 말씀에서 상투의 어원이 상두(上斗)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상두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상제님의 다음 말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상두(上斗)는 북두(北斗)니 칠성(七星)이니라.” (증산도 도전 6:56)
즉, 상투의 어원인 상두는 북두칠성(北斗七星)을 뜻하며, 상투를 틀 때 일곱 번 앞뒤로 돌리는 것은 북두칠성을 기려서 그렇게 한다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상두는 정말 북두를 의미하는 것일까? 이를 밝혀주는 기록을 찾던 중 도교 경전인 『운급칠첨雲笈七籤』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천원상두(天元上斗)’라는 글귀가 그것이다.
천원상두天元上斗 중유칠동中有七童 상청자청上清紫精 재조신중在兆身中 화진자개华辰紫盖 태소현궁太素玄宫 후골령기后圣灵气 하입통방下入洞房 『운급칠첨』「阴祝」
내자미원대허궁구진지위乃紫微垣大虛宮勾陳之位 탐랑배천위천원貪狼配天為天元 주신主身 『운급칠첨』「太上感應篇卷之二十八」
위의 ‘탐랑배천위천원(貪狼配天為天元)’이란 기록에서 천원(天元)이 북두칠성의 탐랑성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탐랑성의 다른 이름은 천추(天樞)라고도 하는데 천선(天璇, 거문성)과 더불어 지극성(指極星)이라 하여 북방의 표지이다. 이 북두는 예로부터 계절과 방향을 확정하는데 사용되었으며 그 운행규칙으로 역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상두는 이처럼 북두를 뜻하는 것으로 사람이 칠성을 신앙하고 칠성의 기운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즉, 초례와 상투는 모두 우리민족의 칠성신앙과 관련된 것으로 민족혼 그 자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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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두칠성 : 탐랑성과 거문성을 지극성(指極星)이라 하며, 칠성님께 지극(至極)정성을 드릴 때 음이 같은 지극성이 청수(정한수) 안에 비치도록 하고 기도를 드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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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손들에게 복을 주는 탐랑성군貪狼星君 |
※ 상투가 남자만의 전유물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즉 칠성을 신앙하고 칠성의 기운을 받기 위해 틀었던 상투가 여자와는 상관이 없는가 하는 것인데, 그렇지는 않다. 계례(혼례)에서 여자가 쪽을 지어 올리고 비녀를 꽂는 것이 남자의 상투와 동일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음양오행 우주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남자는 양에 배속되므로 머리모양을 수직으로 해서 상투를 틀고, 여자는 음에 배속하므로 수평으로 해서 쪽을 짓는 것이다. 머리를 고정할 때도 남자는 동곳을 수직으로 꽂고, 여자는 비녀를 수평으로 꽂게 된다.
[ 글 : STB상생방송 구성작가 김덕기 ]
박하영 기자 p-hayoung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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