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데카르트의 망령

 생명이란 무엇인가? 많은 학자들이 끊임없이 연구해온 화두다. 그 동안의 정설은 생명의 본질을 구성요소로 보는 데카르트의 분석적 사고체계였다.

 자전거를 만들 때 뼈대와 페달 그리고 핸들과 바퀴와 같은 여러 가지 부품들로 조립하듯 생물시스템도 이런 구성요소의 합으로 이해했다. 즉, 기계론적 세계관과 환원론적 분석논리였다.

 

 

 그러나 1920년대를 기점으로 포스트 '데카르트'적인 유파가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연다. 생물시스템은 자전거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그물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의 단위인 세포는 부품이 아니라 무수한 구조를 통합하고 해체하는 생명력의 원천이다. 노폐물을 배출시키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물질의 흐름을 지속시킨다.

 또한 조직과 기관들도 연속적인 주기로 세포를 교환한다. 따라서 생물체의 구조적 이해는 신진대사나 발생과정의 고찰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또한 생명은 고도로 복합된 연결망이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복사하는 능력도 가진다. 즉 ‘자기복제력’이 생명체의 원형질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체는 그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인과도 하나의 그물망으로 연결된 실체로 보았다.

 사람의 뇌가 좋은 범례이다. 100억 개의 신경세포와 무려 1조라는 접합점을 통해 거대한 그물망을 이루어 형이상학적인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런 신비로운 구조를 지닌 것이 인간두뇌이다. 따라서 생명의 비밀은 구성요소가 아니라 ‘그물망’에 있다.

 수 백 년을 풍미했던 '데카르트'적인 패러다임이 엄청난 오류였음을 신과학이론들이 증명했다. 문제는 이런 서구의 기계론적 사고방식이 현대사회를 병들게 했다는 점이다. 흑백논리로 인간과 자연을 격리시켰고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며 철저히 파괴해 왔다는 점이다.

 동양적인 사고체계는 다르다. 비근한 예로 신체 부위를 나누어 치료하는 양의와 기(氣)의 허실로 병을 다스리는 한의의 차이처럼 동양인들은 그물망적인 사고를 가진다. 전체를 조감하는 통합적인 안목이 동양인들의 넉넉한 세계관이다. 자연친화적이고 생명을 외경하며 순리에 따른 삶을 살았다. 천지인(天地人)이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몇 년 전 EBS에서 ‘아기성장보고서’를 방영했다. 태아는 인간 생존의 모든 가능성을 선천적으로 타고나며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까지도 두뇌 속에 프로그래밍 되어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생명과 생명력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속한다는 지적이다.

 사상 첫 복제 여아 ‘이브’의 출산성공이 핫뉴스로 지구촌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 이 일을 주선해온 단체가 유사종교집단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그들은 200명의 복제아이를 추가로 탄생시킬 계획이라 하니 더욱 황당해진다.

 마침 보건복지부가 인간복제는 철저히 금지시키겠다는 성명과 함께 생명윤리법의 제정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 다행스럽다. 한마디로 인간복제는 반윤리적이고 반생명적이다. 아울러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일이다.
  
 아직도 기계론적 세계관에 젖어 생명마저 부품으로 착각하는 ‘데카르트’적 망령이 되살아난 것인지 안타깝다. 무분별한 생명공학의 남용은 인류 대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섭리(攝理)는 신의 영역으로 남겨둘 일이다.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