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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알’의 형이상학

세계 신화의 원형도 '알'

알의 형이하학은 생명의 원형질

 

 알은 태초의 형상이자 생명의 심벌이다. 꼬리를 물고 돌며 영원성을 상징하는 뱀, 우로보로소(Ouroboros)도 알의 형상인 원을 그린다. 고구려 벽화에서 보는 현무도도 우로보로소 형상이다. 


 우리나라 시조신들의 탄생신화 중 가장 많은 형태도 알이다. 박혁거세와 수로왕이 그렇고 동명왕과 탈해왕의 신화도 비슷한 모티브다.


 박혁거세는 하늘에서 내려온 자줏빛 알에서 태어났고 수로왕도 구지봉에 내려온 황금 알에서 태어났다. 동명성왕은 하백의 딸 유화가 혼인을 한 뒤에 낳은 커다란 알에서 탄생하였으며, 탈해왕도 그의 어머니가 7년간 기도한 끝에 낳은 알에서 태어났다. 이른바 난생신화다.


 세계 신화의 원형도 '알'이다.
 고대 이집트 우주창조신화도 우주 알이 깨지면서 그 속에 있던 태양과 생명의 씨앗들이 천지를 창조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힌두교의 서사시에도 난생신화가 나온다. 태초에 알이 깨지면서 속껍질은 구름으로 핏줄은 강이, 액체는 바다가 되었으며 껍데기는 존재와 무의 경계로 황금자궁을 이룬다고 했다.
 태초에 하늘과 땅은 달걀과 같이 뒤섞여 있었는데 밝고 맑은 것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어둡고 흐린 것은 아래로 내려와 땅이 되었다. 그 사이에 반고라는 거인이 생겨났다는 것은 중국신화다.


 유대교 신비주의도 우주가 288개 조각으로 깨진 하나의 알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알의 생명에너지가 죽은 자에게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애도의 뜻으로 달걀을 먹는다. 때로는 무덤 속에 달걀을 넣기도 한다. 저승길에 필요한 힘을 주기 위해서다.
 난생신화가 주는 신비로운 메타포다. 이처럼 알의 형이상학은 원초적이며 범우주적이다. 또한 알의 형이하학은 생명의 원형질이다.


 자연이 빚은 걸작으로 꼽는 새알이 그렇다. 알껍데기의 얼개부터 정교하다. 삼각형의 금속염 결정으로 이루어져 뾰족한 끝은 알의 중심으로 겨누고 있어 외부압력을 이긴다. 압력이 셀수록 구조는 튼실해진다. 로마네스크 성당의 둥근 천당과 입구 아치와 같은 원리다.


 껍질은 알을 품는 어미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하지만 안으로부터 오는 힘에 대해서는 새끼가 쉽게 깨고 나올 수 있을 만큼 약하다.


 새가 알을 낳을 때 알은 따뜻한 어미뱃속에서 갑자기 차가운 곳으로 나온다.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붙어있던 알과 막이 서로 분리되고 그 사이에 공기주머니가 생긴다. 그 주머니는 알이 부화할 때 몇 초의 짧은 시간 동안 새끼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숨을 쉼으로써 새끼는 알껍데기를 깰 수 있는 힘을 얻고 위급할 때는 '삐악'소리를 내서 어미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명으로서의 알이 간직한 놀라운 수수께끼는 신비로운 자생력에 있다.


 사랑의 세레머니도 동그란 알로 표현한다. 스승도 어버이도 알처럼 따뜻한 요람이었던 분이고 껍질 깨는 아픔을 가르친 은인이다.


 하나의 완벽한 압축이 ‘알’이라면 삼라만상은 알에서 시작한 천차만별의 인수분해다. 사람도 가정이란 알 속에서 부화하고 성장하여 각양각색의 인간이 되는 점은 같다. 심리적으로도 나는 '나'라는 알 속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알’은 살아있는 모든 생물의 원형질을 이룬다.


 헷세는 데미안에서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뜨려 나오면 계란프라이가 된다' 이처럼 신이 숨겨둔 마지막 퍼즐은 냉혹하다.

 

제갈태일 한문화연구회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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