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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태을암에서 보는 태일(太一) 문화
태안 태을암에서 보는 태일(太一) 문화
 
충남 태안에는 태안8경이 있다. 그 중 하나인 백화산 중턱에 태을암이라는 암자가 자리하고 있다. 태안 버스터미널에서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게 되면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작은 암자다.  태을암은 대웅전보다는 그 옆에 있는 태안 마애삼존불로 유명한 사찰이다.
태을암 대웅전
먼저 태을암이라는 명칭이 독특하다. 태을암이라는 이름은 단군영정을 모셨던 '태일전(太一殿)'에서 따왔다고 대부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태일전에 단군영정을 모셨을까? 이는 태일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온 설명으로 보인다. 
 
태일전이란 말 그대로 태일太一을 모시는 전각이다. 태일太一이란 무엇인가? 동북아에서는 이 태일을 오랜 옛날부터 태일신太一神으로 숭배하여 왔다. 한무제의 신하 유기謬忌는‘ 천신 중에 가장 존귀한 분은 태일신’이라고 무제에게 고하였으며 이에 한 무제가 태일신에게 제사 지낸 일이 『 사기』「봉선서」에 나온다.  한무제는 태일신을 국가적 제천행사의 주신으로 받들어, 수도 장안의 동남방에 태일단을 쌓고 봄가을로 제사를 올렸으며 그 이후 태일신 제사는 서한시대에 크게 유행하였다. 태일신은 중국사에서 가장 높은 신으로 추앙되었다.
 
고려시대 사료를 보면 이 땅에서도 태일신에게 제사를 올린 것이 확인된다. 『고려사』의 28 곳에서 태일의 용례를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태일초례를 거행한 기록만도 20회에 이르는 것을 보면 태일신 신앙이 국가적 의례로 전승되어 왔던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궁궐의 소격전과 지방의 태일전太一殿에서 태일신을 모셨다. 고려 때는 궁궐 안에 태일전이 따로 있었으나, 조선 태조 때에 이르러 태일전을 파하여 소격전에 합하였다.
 
지방에서는 태일성太一星이 움직이는 방위에 따라 통주(현 강원도 통천), 경북 의성 등에 태일전을 지었으며 1434년부터 매년 상원(上元,정월 15일)에 왕이 하사한 향으로 초제(醮祭)를 지냈다. 이 태일전이 태안에 지어지게 된 경위는 조선왕조실록 성종 8년 1477년의 기록을 보면 나온다. 의성에 있던 태일전을 신하들의 의견에 따라 충청도 태안으로 옮겨 세우게 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예조(禮曹)에서 아뢰기를,"이제 전(前) 관상감 정(觀象監正) 이종민(李宗敏)의 계본(啓本)에 의거하건대, 태일전(太一殿)을 옮겨 세우는 데에 마땅한 곤방(坤方) 은, 충청도 태안(泰安)의 백화산(白華山) 서남쪽 고성사(高城寺) 북쪽의 높고 평평한 곳에 있으며, 경성(京城)과의 거리가 3백 30리(里)라 하니, 청컨대 공조(工曹)로 하여금 영건(營建)하게 하소서.”하니, 그대로 따랐다“ (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
 
현재 백화산에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고성사(高城寺)라는 절은 없다. 중종 13년(1518년) 태일전이 폐지되면서 태일전의 잔해가 옛 고성사 자리에 증축되면서 태을(太乙)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태을암이 된 것이라는 추정이다.
태을동천이 새겨진 바위
이 태일전의 흔적이  바로 <태을동천>이 새겨진 바위이다. 태안 마애삼존불상이 바라보는 위치에 태을동천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동천(洞天)은 도교가 지상의 현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토피아 낙원복지의 이상향을 말한다. 보통 무릉(武陵)이나 도원(桃源) 또는 동천(洞天)이라는 말에는 풍광이 좋고 선비들이 공부에 힘쓸 만한 곳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태안 마애삼존불
태안 삼존불 마애삼존불입상은 6~7세기 백제시대에 제작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이다. 커다란 바위 면에 삼존불이 조각되어 있고 훼손을 막기 위해 그 위로 보호각이  씌워져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에 큰 불상, 좌우로 작은 보살상이 위치하는데, 마애삼존불입상은 특이하게  중앙에 작은 관세음보살을, 좌측에는 석가여래를 우측에는 약사여래불을 배치한 독특한 구조로 석가여래가 아닌 관음보살이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형태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서산의 마애삼존불에서 웃음기 머금은 표정을 읽을 수 있다면 이곳의 삼존불은 세월이 낳은 마모로 인해 그 표정이 뚜렷하지는 않다.
 
충남 태안에 온다면 태을암, 마애삼존불 그리고 태일문화의 흔적인 태을동천이 새겨진 바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태을암에서 잠시 사색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속에 불교의 정수가 느껴지면서 태을암, 태을동천에서 오는 선도(仙道)문화의 느낌도 함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태일 문화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여행은 어쩌면 나와 우리에 대한 근원의 모습을 찾아가는 멋진 여정이 될 것이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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