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종 호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마무리 되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완승,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참패였다.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들은 모두 빈사상태에 놓였다. 좀 더 들여다보면 총 300개의 의석 중 민주(163)•시민(17)당 180석, 제1야당인 통합(84)•한국(19)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무소속 5석의 분포를 보였다. 이 같은 수치는 정당들도 언론들도 심지어 선거에 참여한 국민들마저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여당에게는 개헌을 제외하고는 모든 걸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야말로 과거에 보기 드문 슈퍼정당이 탄생한 것이다. 반면에 야당들에게는 준엄하고 혹독한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사실 이번 총선은 실시하기 전부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코로나19’ 라는 무서운 감염에 대한 불안을 동반한 결코 녹록치 않은 선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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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머니투데이 기사 화면 캡쳐 |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재난을 맞아 세계 50여개 나라가 선거를 유예하거나 아예 포기한 상태였다. 유독 대한민국만이 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과 정부가 의기투합해 승부수를 띄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무려 2,90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대이동을 감행하며 투표를 했고 1만명이 넘는 자가격리자(11,151명)까지 세심하게 배려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케 했다. 이러한 전국적인 행사를 치르고도 선거가 끝난 후 확진자 0이라는 기적을 창출해냈다. 선거방역에 대한 당국의 치밀한 사전준비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덕분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초긴장 속에 치러진 어려운 선거였음에도 66.2%(29,126,396명)라는 가공할 투표율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1992년 14대 총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참으로 위대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무서운 돌파력과 응집력을 보여주었다. 참정권과 건강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수확해냈다. 민주시민(民主市民)의 완전한 승리였다. 당연히 세계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재난선거의 모범사례라는 가록까지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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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OA코리아 뉴스 기사 화면 캡쳐 |
이번 4.15총선은 예전과는 달리 좀 특별한 선거였다. 하나는 국가적 재난 속에 치러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권자의 연령이 처음으로 19세에서 18세로 낮춰짐에 따라 총유권자가 4,399만 명에 달하는 예전에 비해 규모가 커진 선거였다. 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고무되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비례정당(35개)으로 인해 투표용지가 무려48.1cm나 되었다. 전자개표가 어려워 개표를 수작업으로 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하기도 했다.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에서도 투표율 26.6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천만명이 투표에 참여함으로서 투표율 제고에 기여했다. 가히 ‘선거혁명’ ‘유권자혁명’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 했다. 내로라하는 많은 선거전문가들조차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역대 최악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대반격이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대통령 임기 중에 실시되는 선거는 보통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전반에 대한 중간평가를 겸하게 된다. 따라서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통설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달랐다. ‘정권심판’은 사라지고 ‘야당심판’이라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는 한마디로 국민들의 표심이 여당의 실정(失政)보다는 야당에 대한 응징(膺懲)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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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SBS뉴스 기사 화면 캡쳐 |
야당들이 20대 국회에서 보여준 행태와 선운동기간 중에 있었던 혼란스런 모습들이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어 대안세력으로서의 믿음을 상실한 결과였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패스트 트랙 파동, 명분 없는 장외투쟁으로 빈번한 국정 발목잡기, 거듭된 선거 패배에도 변화대신 계파싸움으로 인한 이합집산, 소위 태극기 부대라 칭하는 극우세력들과의 야합, 원칙이 실종된 공천파동, 연달아 터진 상식 이하의 막말들, 꼼수 비례위성정당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퇴색시킨 점,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김종인과 황교안 대표 두 쌍두마차의 불협화음 등 수많은 요인들이 국민들에게 염증을 느끼게 했다. 여기에다 ‘코로나19’가 정부의 재난관리와 방역대처능력의 우수성만 외신을 통해 연일 부각된 반면 국제외교문제, 경제문제, 지역감정을 포함한 대북이슈나 조국이슈 같은 여당에게 불리하고 야당에게 유리한 요소들은 모조리 삼켜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여당이 아닌 문재인의 승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여당압승 야당참패로 끝난 4.15총선이 남긴 과제는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이제 정쟁(政爭)대신 일하는 민생(民生)국회를 만들라는 국민들의 명령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당에게는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대신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의 의무를, 야당에게는 무조건 반대만을 일삼는 폐습에서 벗어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6월 개원을 앞둔 21대 국회의 성패(成敗)는 바로 여기에 달렸다. 국민들은 여야 모두에게 고도의 정치력 발휘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당과 통합당 거대 여야가 차지한 의석 점유율은 무려 94.3%나 된다. 진보정당을 포함한 제3세력의 소멸로 인해 다양한 목소리와 갈등 조정의 고리가 사라져 정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180석 거대 여당의 책임은 실로 막중해졌다. 이제 공은 오롯이 여당인 민주당에게 넘겨져 있는 것이다. 청산하고 개혁해야 할 과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해도 너무 서두르거나 지나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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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문화저널21 기사 화면 캡쳐 |
21대 국회는 민주당 중심의 양당제 국회가 될 확률이 커졌다. 민주당은 자칫 거대여당의 독선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개헌을 비롯한 토론이 필요한 주요쟁점법안들마저 무더기로 통과시키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야당과의 타협의 묘미를 살려야 한다. 야당의 극단적 저항은 또다시 동물국회로 변질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대 대선과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21대 국회가 대화와 타협에 따른 선진 민생국회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당리당략에 매몰된 추태를 반복할 것인지 국민들은 냉철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그 결과는 다음 선거에서 표심으로 나타날 것이다.
정치의 가장 큰 지침은 전략 전술이 아니라 국민들의 표심을 살피는 일이다.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원칙은 오직 국민들뿐이다. 우리 국민들 수준은 이미 기존 정치권을 뛰어 넘은지 오래다. 벌써 오래전에 민중이 정치를 견인하고 있다. 최상의 해결책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여야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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