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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사기]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패배한 항우의 서글픈 노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세상을 뒤엎을 정도로 강한 힘과 기운을 일컫는 말로, 흔히 힘 센 운동선수들 앞에 수식어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 말의 유래는 뜻과 달리 조금은 서글픈 일화에서 나왔습니다. 중국 진나라 말, 지난한 전투 끝에 패배를 예감한 항우가 읊조린 노랫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와 있는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항왕의 군대는 해하에 방벽을 쌓고 진을 쳤는데 군사는 적고 식량은 다 떨어졌으며 한군漢軍과 제후의 군사들이 여러 겹으로 포위했다. 한밤중에 한나라 군영의 사방에서 모두 초가楚歌(초나라 노래) 소리가 들리자 항왕이 크게 놀라서 말했다.

“한나라에서 초나라를 이미 모두 빼앗았단 말인가? 어찌 초나라 사람들이 이다지도 많단 말인가?”
항왕이 한밤중에 일어나 장막 안에서 술을 마셨다.
항왕에게는 미인이 있었는데 이름이 우虞였다. 항상 총애를 받으며 따라다녔다. 준마駿馬의 이름은 추騅였는데 항상 타고 다녔다. 이에 항왕은 강개해서 비가悲歌를 부르며 스스로 시를 지었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건만 시세가 불리함이여, 추騅가 나가지 않네. 추騅가 나가지 않으니 어찌할 것인가? 우여! 우여! 그대를 어찌 할 것인가!”

항왕이 여러 차례 노래를 마치고 우미인도 화답했다.
항왕이 몇 차례 눈물을 흘리자 좌우가 다 울면서 쳐다보지도 못했다.

영화 초한지(2012년)의 우미인

우虞는 우희虞姬를 뜻하며, 우미인虞美人이라고도 불립니다. 항우 진중의 장수 우자기虞子期의 누이로서 아름답고 무예를 좋아해서 항우의 부인이 되었습니다. 사후에 해하에 매장되었는데 현재의 안휘安徽성 영벽현靈璧縣 성城 동쪽 15리에 무덤이 있습니다.

항우와 우희의 이야기는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북송 시인 소식蘇軾은 ‘우희묘虞姬墓’란 시를 지었습니다. 특히 그를 묘사한 경극京劇 ‘패왕별희霸王別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항우가 여러 차례 불렀다는 이 노래는 당대 최고의 영웅호걸이었던 그의 심정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힘은 산을 뽑을 만큼 세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큼 드세지만 시세의 불리함 때문에 이지경에 처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는 자신의 잘못보다는 상황을 탓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얼마 후 항우가 기병들에게 "여기에서 곤궁하게 되었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 것이지 싸움을 잘못한 죄가 아니다"라고 말한 대목을 보면 그는 일관되게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하늘을 원망하고 한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 더더욱 서글펐을 것입니다. 스스로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패배했다고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이 내용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블로그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박찬화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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