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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 종 호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피력한바 있다. 또 국내 ‘외교안보라인’을 남북대화의 중량급 인사들로 전진 배치하는 파격적 인사를 했다. 새로 임명된 면면들을 보면 미국보다는 북한이 환영할 만한 인물들로 꾸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장기간 교착상태에 놓여 있는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그 어느 때보다 과격하고 난폭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보려는 고육책이자 마지막 승부수로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북미회담과 남북회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우선 불을 지피고 보겠다는 다급함이 반영된 행보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어느 것 하나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모든 책임을 남한에 덮어씌우고 있다. 일단 군사행동을 자제하고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아마도 8월에 있을 ‘한미합동군사훈련’ 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의외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언급이 있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황급히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한국에 파견하는 민첩성을 보였다. 그는 2박 3일 동안이나 머물며 한국 정부의 진의를 파악함과 동시에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또 예전과는 다르게 한반도의 안정적 환경조성을 위해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추진을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다분히 계산된 정치적 수사라는 느낌도 든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지자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보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볼턴이 저지른 실수로 북한과의 회담을 망친 이후 자신의 유일한 업적이 사라져 버렸고 북한이 미국과는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일단 한국을 통해 북한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남북 교류 복원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대선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으려는 책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어찌됐건 문 대통령의 북미를 향해 던진 메시지는 일단 성공을 거둔 셈이다. 북미 모두를 깊은 잠에서 깨워 북미 간 교착상태의 문을 연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북미대화에 대한 구체적 조건을 장황하게 내놓았고 미국 역시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미국의 대화 복원에 대한 가감 없는 의중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요약하자면 북한은 미국에게 비핵화를 요구하려면 미국도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를 행동 대 행동으로 취할 것과 이제는 비핵화에 대해 제재해제를 넘어 체제보장까지 요구하는 훨씬 강화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큰 원칙은 고수하고 있지만 전보다는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 해도 미국 대선 전 북미 3차정상회담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결단이나 화끈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북미의 대치상태는 금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결코 움직이지 않을 공산이 크기에 그렇다.
이제 남은 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선택이다. 모든 것이 어려운 여건임을 알면서도 3차 북미정상회담에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 임명된 막강한(?) 대북라인을 총동원하여 4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또 새로 임명된 외교안보분야 책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명심하고 경륜과 지혜를 남김없이 발휘해야 한다. 과거처럼 북미와 남북 두 사안이 연결되어 있으니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은 버리고 남북문제만이라도 제대로 일궈내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모든 환경이 예전보다 어렵다. 코로나의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북미가 진정성보다는 정략적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방심하면 자칫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은 북미회담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남북관계가 원활할 때 비로소 모든 국제관계가 제대로 풀려나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미국이 남북 교류에 대해서 호의적이고 국민들도 4차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한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남북관계를 풀 적기라고 봐야 한다.
물론 미국이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보장이 없고 상식의 틀을 벗어난 행태를 보이고 있는 북한이 쉽게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연락사무소 폭파 같은 엄중한 사안이 현존하는데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따질 것은 따지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
또 남북의 만남이 북미의 만남보다는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치를 때까지는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지 않기를 바라는 트럼프 정부의 희망까지 고려한다면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여건 또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북한도 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의 성패는 지도자의 의지와 그를 뒷받침하는 참모들의 능력에 달렸다.
다시 한 번 남북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하며 현 시점에서 한 번쯤 새겨봤으면 하는 자치통감에 있는 고사(故事)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舍近謀遠者 勞而無功 舍遠謀近者 逸而有終”
“가까운 것을 두고 먼 것을 도모하면 수고롭기만 할뿐 성과가 없고 먼 곳을 버리고 가까운 것을 취하면 일도 쉽고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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