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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국민칼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여관구

2020년 1월 13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아내와 중3 아들을 만나러 갔다. 작년 여름에 유학을 보내고 가을에 갔다 온 뒤로 석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3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기러기 생활은 나에게는 썩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가족들과 일상을 함께할 수 있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졌다. 

더욱이 아침에 멀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붉은 해,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미세먼지 없는 대기 등 한국에서 잘 보지 못한 이국적인 풍경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아이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며 재미있어하고, 아내도 낯선 타국생활이지만 근처에 사는 처제, 처남 등 가족들과 자주 볼 수 있어 좋아한다.
‘역시 미국에 보내길 잘한 것 같아.’ 

TV에서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책상다리 빼고 다 먹는다는 말처럼 몬도가네적인 음식문화를 갖고있는 중국 사람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터라 결국 터질 게 터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며칠 후에는 미국은 독감으로 최소 1만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동서에게 물으니 미국은 독감으로 해마다 그 정도는 죽고, 인구 3억 명에 1만 명, 그것도 대부분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은 별로 신경 안 쓰는데 중국 언론에서 코로나19를 희석하려 보도한 거라고 했다. 

한국에 있는 지인 여럿이 우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도 위험하대요. 독감 조심하세요!” 나는 동서가 해준 얘기를 전하며 “여긴 걱정 안 해도 되고, 한국 코로나가 걱정이네. 건강 조심해라.”라고 답했다.

‘미국은 안전해. 코로나는 나와 관계없어.’ 후임 본부장이 나의 안부를 물으며 코로나 대응 때문에 초비상이라고 한다. 3인 이상 식사하면 안 되고, 시상식 등 행사 취소, 교육 취소, 출장 금지, 방역 실시, 귀가 및 출근 금지 그리고 확진 판정 받으면 사옥 폐쇄 등등 내가 오랜 기간 회사에 다니면서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조치들이 쏟아졌다.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좀 지나니 구로동 콜센터에서도 집단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도 미국은 아시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아직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오지 않고,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것 같아 걱정이었다. 귀국 예정일인 3월 말에도 잦아들 것 같지 않고 위험할 수 있으니 가족들도 귀국을 자꾸 늦추라 한다. 결국 수수료까지 내면서 귀국을 4월로 연기하고 바람도 쐴 겸 아직까지 자유로운 집 근처 공원에 자전거를 타러 갔다. 높고 푸른 하늘과 멀리 보이는 로키산맥의 새하얀 설경이 그림같이 다가왔다.

‘한국이 많이 걱정되지만, 그래도 비교적 안전한 미국에 있어서 다행이다.’ ‘팬데믹’, 실제 생활에서 이런 단어가 적용된다는 건 무시무시한 공포다. 이제 미국도 전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날이 급증한다고 하루 종일 뉴스 채널에서 난리다. 트럼프 대통령과 뉴욕 주지사는 매일 기자회견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학교에서 황당한 경우를 겪었다고 했다. 같은 반 아이와 팔씨름을 했는데 그 아이가 질 것 같으니까 갑자기 “코로나 걸린 아이한테 지다니….”라는 말을 했단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는 엄중하게 말로 경고했다고 했다. 소위 ‘아시안 혐오’를 실제로 겪으니 아이는 물론 아내와 나도 조금 걱정스러웠다. 

미국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이탈리아를 넘어섰다고 한다. 휴교를 5월까지 연장하고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폐쇄한단다. 이러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덜컥 생겼다. 다시 귀국을 예정대로 당겼다.

‘한국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갑자기 한국인 입국금지하면 어떡하지?.’ 
2020년 3월 23일. 다행히 (?) 귀국해서 2주간의 자가 격리. 당시 나의 경우는 의무는 아니었지만, 격리기간 없이 사람들을 만나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서로 난처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스스로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하루 이틀 정도 집에 있어 본 적은 있지만, 14일 동안을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 걱정은 말 그대로 기우였다. 평소 이용한 적은 없지만 쿠팡을 검색하니 없는 게 없다. 게다가 저녁에 주문해도 다음날 문 앞까지 갖다 준단다. 이러니 한국은 다른 나라처럼 사재기를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다음날 아침 보냉팩에 담긴 식료품들이 현관 앞에 와있다. 대박! 브라보, 대한민국!! 매일 아침 실내 자전거로 운동하고, 맛있게 요리해서 식사하고, 평소에 미뤄놨던 책과 영화도 보니 심심할 틈 없이 시간이 너무나도 잘 흘러갔다.

‘2주는 물론 한 달도 걱정 없겠다.ㅎㅎ.’ 
점점 미국의 상황이 안 좋아지고 호전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내와 아이가 집에만 있어 감염 우려는 크지 않지만, 가끔 식료품을 사러 마트에 갈 때 감염 우려와 혹시 이상한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혼자 절대 가지 말고, 처제나 처남댁하고 꼭 같이 가. 반드시 마스크 쓰고 소독젤로 손소독 철저히 해. 그 외에는 가급적 나가지마.”라고 신신당부했다. 

아이는 요즘 한국과 같이 학교는 온라인수업을 하고, 학원 선생님과는 ZOOM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에 한국에 오려고 했는데 이런 상태라면 당분간 서로 직접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은 걸려도 살 수 있고, 미국은 죽을 수도 있다는 믿음의 차이.’ 
코로나19로 우리의 생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그로 인해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마스크 쓰기와 소독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일상이 되고 있고 개인과 학교와 같은 집단생활에 많은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또한 많은 부문에 있어 직접 접촉하지 않는 언택트가 대세가 될 것 같다고 한다.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도 고통스러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U자, L자, W자, V자 회복 등 많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바이러스 영역이라고 하니 언제 회복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인류는 유사 이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왔으며, 숱한 희생을 치르며 이들에게 응전해 왔고 정복해 왔다고 한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전쟁을 하고 있고, 이번에도 인류는 그동안 쌓아왔던 지식과 경험, AI를 이용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어 코로나 이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 필자 약력 *

- 현대C&R(주) 자문역
- 전) 현대&R(주) 콜센터 사업본부장(상무)
- 현대해상 인사부장·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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