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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면역


 이병률

서로 가까이도 말며 
말하지도 말라며
신神은 인간에게 채찍 대신 마스크를 나눠주었다
사랑하지 말라는 의미였을까
입을 가만히 두라는 뜻이었을까
소리를 들리게 하지도 말며
소리를 내지도 말라며
사람들을 향해 사람들은 두 번째 손가락을 세웠다
서로 얼굴을 비벼도 안 되고
국경은 넘으면 안 되고
잔재미들을 치워놓으라 했다
나눠 먹을 수 없으니 혼자 먹을 쌀을 씻었다
서로 떨어져 있으라는 신호에 재조립해야 하는 건 사람이었다
마스크 안에서는 동물의 냄새가 났다
어떤 신호 같은 것으로 체한 사람들이
집 바깥으로 나가기를 참아야했던 시절
몇백 년에 한 번
사랑에 대해 생각하라고
신이 인간의 입을 막아 왔다
계절이 사라진 그해에는 일제히 칠흑 속에 꽃이 피었다
공기에 공기를 섞어봤자 시절은 시들어갔다
사람들은 자신이 쓴 마스크를 태우면서 혀를 씻었다
마음의 손님들을 생각하다 손님들을 돌려보내고
머리에 파고들어 온 이 무언가를 잘 기억하자고
창궐하는 생각들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계간 문파》 2020년 여름호

유수연 기자  miracle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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