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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국민칼럼」 잃어버린 여행

 

문광수 

흥청거리던 밤거리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재택근무, 인터넷 수업, 온라인쇼핑 등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식당, 카페 등 자영업자는 임대료 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불경기다. 여행사, 호텔, 항공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회사에 다니던 옆집 젊은 부부가 집에서 쉬고 있다. 그런가 하면 택배회사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입버릇처럼 같이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해서 특별한 일도 없으며 친목을 다지던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동호회, 향우회, 동문회 등 활동도 위축되고 종교단체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어디라도 참여해야 소속감을 느끼고 사는 사회, 끼리끼리 문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며느리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게 되었다. 늘 엄마의 사랑이 부족한 5살 손녀는 요즘 엄마 품에서 너무 좋아한다.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간 할아버지가 손잡고 나오면 항상 하는 말이 “엄마는?” 하고 확인한다. 아이는 잠시 시무룩하다가 곧 할아버지한테 매달려 갖은 애교를 부리며 수다를 늘어놓는다.
“할아버지, 나하고 놀자.”, “할아버지가 아빠하고, 내가 엄마하고.”
“여보! 아기 울었어요?”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다. 매일 보던 손녀를 일주일 동안 보지 못하고 주말에 아비가 잠시 데리고 와서 인사하고 간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가 만연할 때 집집마다 문을 꽁꽁 닫고 이웃과도 거리 두기를 했다. 요즘 너무 위험하니 아이들 데리고 오지 마라. 이 말 한마디에 3주 동안 손녀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손녀가 보고 싶어서 영상통화를 했다. 아빠랑 놀기 바빠서 통화도 길게 하지 못한다. 그동안 할아버지를 잊었나 보다. 

한편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같이 있지 않으면 금세 잊는다. 손녀가 자고 있을 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 오면 아이는 잔다. 그러던 아빠가 요즘 일찍 집으로 와서 같이 놀아주며 할아버지 자리를 메꾸었다.

매년 4월 초순이면 카메라 가방 메고 경산으로 내려간다. 경산과 청도 일원 복숭아 고목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경산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누님 집에서 한 달씩 머물곤 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대구 경산은 완전 봉쇄 수준이다. 신천지 교회와 청도 요양병원의 집단적인 코로나 확진자 발생 및 사망자가 매일 늘어나 공포 수준이다. 

누님이 2월은 얼떨결에 집에서 꼼짝 못 하고 있었으나, 3월은 지루해서 우울증이 올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4월이 되어서야 새로운 패턴의 전원생활이 안정되고 이제 즐겁다고 한다. 

매일 분주하게 시간 약속해서 움직이던 일정이 없어지고, 동물과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며 조용하게 살고 있다. 외로움을 나누기 위해 매일 전화해서 집에서 기르는 동물 이야기, 텃밭에서 자라는 소채, 들꽃 이야기를 길게 한다.

닭장에 토종 암탉 한 마리가 햇병아리 일곱 마리를 깠다. 어미 닭이 병아리를 거느리고 잔디밭에서 모이를 찾아 흙을 파헤치는 모습에서 새삼스럽게 강한 생명력과 모성을 발견한다. 장닭의 엄호 아래 병아리를 보호하는 어미 닭이 어찌나 사나운지 고양이가 혼이 나서 도망간다. 오골계 다섯 마리는 한 우리 안에서 딴살림을 하고 있다.

닭은 고집이 세고 종족의식이 강해서 다른 닭과 절대 어울리지도 않고, 잠자는 곳도 달리한다.

들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려서 모이를 주며 길들이기 시작했다. 한 마리가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아 이제 대식구가 되어 부담스럽다. 그러나 집안에 고양이가 살면서 닭장 밑으로 땅굴을 파고들어 와서 닭 모이를 훔쳐먹던 들쥐가 모습을 감추었다.

창가에 매화 한 그루가 마지막 꽃잎을 떨어뜨리고, 돌담 밑에 모란이 33송이나 피었다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작은 텃밭에서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들꽃이 피기 시작했다. 작은 텃밭의 위력을 나는 알고 있다. 풍성하게 건강식으로 여름 밥상을 채워주는 것도 알고 있다. 

방울토마토, 오이 모종과 감자순이 어제 내린 비로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힘차게 땅속에서 올라오는 부추, 씨앗을 뿌려 새싹이 돋는 무, 배추도 한 고랑씩 자리를 잡았다. 봄에는 쑥을 한 줌 캐다가 쑥국을 끓인다. 요즘은 아욱 된장국이 제철이다. 그리고 청양고추와 마늘을 다져 얼큰하게 양념한 얼갈이 배춧국 맛이 입에 침을 돋게 한다. 이런 자연과의 대화가 전원생활의 묘미가 아닐까.

코로나가 많은 사람의 생업을 위협하고,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쳐 마침내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경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은퇴한 노인의 발목을 잡아 해마다 복사꽃 찾아 떠나던 남도 여행길을 막았다. 

하도 답답하여 오늘은 낙선재를 찾았다. 돈화문을 들어서자 고목 복숭아 한 그루가 복사꽃을 활짝 피어 반긴다. 나무 아래 작은 팻말에 ‘옛사람이 상상한 이상향은 복사꽃 만발한 무릉도원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치 이곳이 이상향 같다고 생각하며 금천교를 지나 진선문을 들어섰다. 숙정문을 바라보며 왼쪽에 인정전의 인정문과 오른쪽에 긴 회랑은 비대칭으로 창덕궁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과 조화로 멋스러운 한국 건축미를 볼 수 있다. 조선조 임금이 가장 오랫동안 거처했던 궁궐로서 북악산 품에 잦아들고 있다.

성정각 앞에 이르렀다. 창덕궁의 봄은 성정매 개화로 시작한다. 매화는 봄의 시작과 겨울의 끝을 알린다. 후원으로 가는 길옆 자시문 앞에 있는 수령 400년을 넘긴 매화 만첩홍매, ‘성정매’는 선조 임금 때 명나라에서 보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폐렴 코로나 때문에 머뭇거리다가 오늘에사 만첩홍매를 찾으니 꽃잎을 다 떨어트린 성정매 보기 민망스럽다. 낙선재 일원에서 볼 수 있는 청매, 홍매는 이미 꽃잎을 다 날리고 황매 한 그루가 풀포기를 벗하여 바람에 춤추고 있다.

내년에는 일찌감치 고매(古梅)를 찾아 떠나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 수령 600년을 넘긴 산천군 운리 정당매와 경북 성주군 수륜면에 있는 수령 400년의 회연서원 백매원 한강매도 잊지 말자.

순천 금둔사 금둔매로 시작해서 양산 통도사의 홍매와 구례 화엄사 홍매를 찾아가는 탐매여행을 다짐하며 후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 필자 약력 *

- 오토바이 여행가, 여행작가
- 전) 삼성SDS(주) 상무이사
- 새한정보시스템(주) 대표이사
- 한국인포메 티카(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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