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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호 칼럼] 독일통일 30년과 한반도 종전선언 논란

태 종 호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까지 제각각 이에 대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제1야당의 대표는 종전선언은 반헌법적 행태이며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핵을 가진 북한에게 안보를 위협당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극언까지 했다. 이와 반대로 여권 인사들은 종전선언이야말로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추동하는 가장 좋은 출구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유엔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 관련해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 이미지=조선일보

 

한동안 종전선언에 대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미국은 태도를 바꾸어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의 종전선언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동안 종전선언에 대해 무관심하던 중국마저도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시진핑은 한국전쟁은 미국 침략에 맞선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었음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6.25는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전쟁인데 중국은 한국전쟁을 미‧중간의 전쟁으로 규정지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종전선언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 당사국 간에 전쟁상태가 완전히 종료됐음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이란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의 휴전과 함께 맺었던 기존의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반도에서 포성이 멎은 지 70년이 되어가지만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종전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휴전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60년이 넘도록 종전선언에 대한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았다.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이던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비로소 종전선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전협정 당사자들인 미국과 중국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고무된 남북정상은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 절차와 방법까지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종전선언, 이미지=연합뉴스


한반도 종전선언은 조속히 실행되어야 한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한반도 문제해결의 시작이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중국도 도덕성에 기초한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한반도 종전선언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자력갱생이나 무력강화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남한과 손잡고 만천하에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결코 불가능하거나 비관적인 것이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들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서명을 받아 유엔에 청원서를 내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령인 그들이 죽기 전에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맺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민주당 소속 차기 외교위원장 전원이 “한국전 종전선언결의안”에 서명했다. 또 민주당 하원의원 51명과 공화당의원까지도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서명했으며 서명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독일은 통합된 지 30년이 되었다. 분단 40년 만에 동서독 통일을 이루어 냈다. 우리는 분단 70년이 지났는데도 통일은 고사하고 정전협정의 틀조차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 독일이라고 통합과정에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철벽같은 난제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를 극복해냈다. 오랜 세월 동서독 정상이 만나 통일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소련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움직여 통일을 이루었다. 

한반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분단의 책임이 있는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과 일본이 나서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앞장서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지만 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남북이 나서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맞서고 있는 신냉전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상대가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 한반도 분단체제는 견고하다. 북미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종전선언을 북핵문제와 연결시키는 한 아무것도 진전시킬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남북이 여기에만 매달려 부화뇌동(附和雷同)한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부지하세월이 되고 말 것이다. 

한반도 종전(終戰)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남북(南北)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남북이 먼저 나서야 한다. 남과 북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대륙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거나 태평양 너머를 바라보며 저울질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들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이 없다. 강대국들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후원자가 아니라 오직 한반도를 희생양 삼아 패권경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남북의 지도자와 국민들은 각성해야 한다. 

남북이 먼저 주체가 되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맺고 주변 당사국들을 설득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남북이 서로 비난하고 싸울 것이 아니라 북한은 중국을 설득하고 남한은 미국을 움직여 협상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한반도 통일과 평화체제를 완성하는 길만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사명이고 역사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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