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은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라는 책에서 반야심경을 만나기까지의 스토리와 그 이후 한국불교의 본질적 흐름, 성격을 스토리텔링으로 재밌게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경허스님의 일화에는 콜레라와 관련한 이야기가 있다. 일화에서 나타난 죽음의 귀신, 호열자. 호열자라는 말은 본시 콜레라의 음역에서 생겨난 말로, 당시 세계 최대의 전염병이었던 콜레라가 우리나라에 대규모로 상륙한 것이었다. 이때만 해도 콜레라라는 이름은 없었고, <실록> 기사를 보면 '괴질, 윤질, 윤행괴질, 려질, 괴려, 습온' 등의 표현으로 쓰였다고 책은 전하고 있다.
당시 콜레라의 크고 작은 유행으로 수십만의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넘어갔다는 것인데 콜레라로 인한 민중들의 물리적 고통에 대해 예방법과 방향을 동학에서 제시했다고 밝히며 결국 호열자라는 괴질귀신, 콜레라로 인해 동학이 성장하는 현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결국 "호열자 괴질귀신한테 당하지 않으려면 동학에 입도해라."라는 명제가 동학을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 |
책의 전문을 잠시 보도록 하자.
"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는 1864년 대구 남문 밖 관덕당 뜰에서 처형당했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끝나갈 무렵이었죠. 그 당시 동학교도는 전체 3천 명 정도였고 교조의 죽음으로 뿔뿔이 흩어져 세력은 쇠미했습니다.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동학을 홀로 걸머쥐고 30년 동안에 동학을 갑오농민혁명의 전국조직으로 일궈낸 사람이 해월 최시형입니다. 이 비결이 무엇일까요? 탁월한 정신적 설법은 이지적 소수에게는 멕히지만 대중운동으로 확산되기는 어렵습니다. 30년 동학의 민중조직 건설의 비결은 다름 아닌 콜레라와의 전투였습니다. 희한하게도 괴질 귀신은 동학도들을 피해간다는 소문이 전국에 유포된 것이죠. "호열자 괴질귀신한테 당하지 않으려면 동학에 입도하라"라는 명제가 들판에 버려진 민중의 소망이 된 것이죠"
자아! 동학 얘기는 이쯤 할까요? 하여튼 19세기 조선에 상륙한 콜레라는 한편으로 동학혁명의 기초를 구축시켰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선불교의 정신혁명을 촉발시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김용옥 저,59쪽) -
![]() |
임권택 감독이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삶을 그린 영화 '개벽'(1991)에도 콜레라가 등장한다. 당시 조선 사람들은 이 질병을 '괴질(怪疾)'이라 불렀다. 영화 속에서 최시형 선생은 백성들을 모아놓고 “괴질은 결코 요괴의 장난이 아닙니다. 섣부른 미신에 빠지지들 마십시오. 물은 반드시 끓여 먹을 것이며 가래침과 대변은 반드시 파묻으시고 가싯물을 함부로 버리지 말 것이며 찬밥과 새밥을 섞지 말고 흘린 밥일랑 주워 먹지 마시고 누구에게든지 먹던 밥이나 헌 반찬을 대접하지 마시고 밥을 지을 때 지성으로 씻으시오. 그리고 몸을 자주 닦으시오.” 라고 말했다.
발열과 함께 설사와 구토를 동반하는 콜레라의 원인이 물에 있음이 밝혀지면서 콜레라 시대는 전세계적으로 공중 위생이 확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년 신축년은 이 땅에 콜레라가 처음 발발한지 200년이 되는 해다. 병란의 시대에 들어선 이때 동학에 대한 관심과 동학의 본질적인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한해가 되기를 바래본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문국’ 망령의 부활인가… 남원문화원은 누구를 위한 역사를 가르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