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바꾼 점부터 사과해야
조선 9대 임금 성종은 돌아가신 아버지 의경세자(懿敬世子)를 높여서 덕종이라고 추존했다. 1471년에 만든 덕종 어보는 1924년 도난당했다. 당시 동아일보의 표현을 빌자면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1471년 제작된 진품이라 발표한 문화재청은 이번 전시회 자료에는 이를 슬그머니 '1924년 재제작품'으로 명시해놓았다. 이는 어떤 해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재청이 사과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 |
일제강점기에 재제작
덕종어보의 경우는 재제작의 시기가 1924년이다. 전문가들은 한일강제병합으로 국권을 상실한 1910년을 기준으로 이후의 유물에 대해선 문화재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조선 왕실 차원의 재제작과 국권을 상실한 일제강점기의 재제작 작업은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 덕종어보는 실제 2월 말 열린 문화재위원회에서 문화재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 |
| 국립고궁박물관 <다시 찾은 조선왕실의 어보 전시> ( ~ 10.29) |
어보 재제작의 명은 순종이 내렸을까?
순종의 지시로 ‘이왕직(李王職)’에서 의뢰해 어보를 다시 제작했다고 했지만 순종의 명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노컷뉴스에 의하면 '종묘일기'에는 을사오적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가 1924년 5월 6일 하오(오후) 2시, 이항구가 금보(덕종어보)를 봉안했다'고 기록돼있다고 한다. 순종은 언급조차 없었다. 순종은 봉안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했으면 당연히 기록되어있어야할 종묘일기다. ‘왕실이 공식적인 인정한 어보“라는 말도 현재로서는 해당이 안되는 말이다.
친일파의 의뢰로 친일파가 제작하다.
이왕직의 장관은 친일파 민영기, 예식과장은 매국노 이완용의 차남인 이항구였다. 이항구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 포함되어있다. 게다가 제작의뢰를 받은 '조선미술품제작소'는 일본인이 소유하고 친일파 김갑순이 출자해 세워진 친일회사다.
이항구의 어보를 대하는 태도 문제
![]() |
| 924년 4월 15일자 동아일보 기사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
동아일보 1924년 4월 15일자 신문을 보면 이항구는 어보를 분실하고 골프를 쳤다 게다가 이에 대해서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신문을 보면 신문기자들이 모여 앉은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종묘의 어보라는 것은 당장 나라에 쓰시는 것도 아니요 승하하신 후에 만들어놓은 돈으로 처도 몇 푼 어치 안되는 것인데 그만한 것을 잃었다고 좋아하는 골프놀이도 못한단 말이요? 그러면 집에서 술을 먹거나 계집을 데리고 노는 것도 못하겠구료!" 이런 이항구가 어보를 제재작 의뢰하고 만들었으니 제품이 제대로 나올리가 없고 그 어보를 그런 마음으로 봉안까지 한 장본인이 이항구다.
영어 설명문도 문제
고궁박물관 전시장의 덕종어보 코너엔 ‘1924년 도난당한 후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새로 제작한 것’이라고 했으나 영어는 다르다. 영어로 표기할때도 조선미술품제작소라고 해야 맞다. 그런데 거기에 Royal이 들어갔다. 그 전의 명칭인 <이왕직 조선미술품제작소>라는 것을 넣은 것이다. 이미 22년에 일반 주식회사로 넘어갔음에도 영어 표기를 이렇게 한 것은 의도가 다분하다. 왕실의 권위를 받은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무리수였다.
![]() |
| 국립고궁박물관 <다시 찾은 조선왕실의 어보 전시> 영문 설명글 |
손색이 없다고? 조악한 졸속 제품이다.
‘일제 강점기에 제작됐으나, 왕실의 전통을 유지한 공예품으로 손색이 없고, 현존하는 덕종어보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 붙었다. 영어 설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정말 손색이 없다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천만에다. 단박에 진품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당시 단 2주 만에 졸속으로 어보를 제작했다. 성분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금이 60% 이상 함유되는 어보들과 달리 덕종어보는 구리가 70% 이상 함유됐다. 덕종어보는 금이 6%, 구리가 70% 이상으로 완전히 다른 재질로 만든 모조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
| 1924년 재제작 덕종 어보, 정교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야 할 어보에 치명적인 오류가 많다. |
이정호 한국전각협회 이사에 의하면 어보에 있는 글씨가 다른 어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어보에 새겨진 공경할 경(敬) 자에서 입 구(口) 자 부분을 날 일(日)로 처리한 것은 치명적인 오류이고 따뜻할 온(溫) 자와 보배 보(寶) 자도 서체가 이상하다고 주장한다. (노컷뉴스 참고)
이쯤되면 짝퉁이나 모조품이라는 말을 틀렸다고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다시 봉안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지금이라도 문화재청과 고궁박물관은 이 모든 과정에 대해서 사과하고 덕종어보 전시를 철회해야할 것이다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문국’ 망령의 부활인가… 남원문화원은 누구를 위한 역사를 가르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