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바람 속에는 대숲 바람소리만 흐르는 게 아니라요
서느라운 모시옷 물맛 나는 한 사발의 냉수물에 어리는 우리들의 맑디맑은 사랑
봉당 밑에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대숲 바람소리만 고여 흐르는 게 아니라요
대패랭이 끝에 까부는 오백 년 한숨, 삿갓머리에 후득이는 밤 쏘낙 빗물소리……
머리에 흰 수건 쓰고 죽창을 깎던, 간 큰 아이들, 황토 현을 넘어가던
징소리 꽹과리 소리들……
남도의 마을마다 질펀히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흰 연기 자욱한 모닥불 그을음 내, 몽당 빗자루도 개 터럭도 보리 숭년도 땡볕도
얼개빗도 쇠그릇도 문둥이 장타령도
타는 내음……
아 창호치 문발 틈으로 스미는 남도의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
눈 그쳐 뜨는 새벽별의 푸른 숨소리. 청청한 청청한
댓닢파리의 맑은 숨소리.
- 송수권, 「대숲 바람소리」
![]() |
여치헌 기자 qlsdlwkao@naver.com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문국’ 망령의 부활인가… 남원문화원은 누구를 위한 역사를 가르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