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가을 (1955,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사진 = 한문화타임즈
Kim Whanki Autumn (1955,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또 이러한 일이 있었습니다. 수화가 성북동에 살고 있을 때였습니다. 자주 놀러 갔습니다. 오전에 들렸습니다. 그날은 나 혼자였습니다. 수화와 단둘이서 마시던 술이 점점 취해 들었습니다. 열두 시쯤 되어서 나는 견디기 어려워 "나는 이제 술을 더 못 하겠소. 가야 하겠어" 했더니, "그럼 이 방에서 그림 하나 가지고 가.” 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아직 이젤에 걸려 있는 마르지 않은 그림을 손에 들고, "이곳에 싸인을 했더니 “싸인은 무슨 싸인, 그림을 보면 내 것이지" 하며 그저 가지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 마르지 않은 그림을 조심조심 성북동 고개를 걸어서 넘어 왔던 겁니다. 술에 만취해서. 이 그림은 지금 아들네 집에 걸려 있습니다. (조병화, 「수화 김환기 화백을 생각한다」 중에서)
*덕수궁 미술관 전시 글에서 발췌
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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