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장 속에는 300종 내지 500종에 달하는 다양한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 조그만 세균들의 개수는 체세포 개수를 다 합친 것보다 무려 열 배나 많습니다.
주인보다 손님이 더 많은 셈입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껍질 속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공동체인 셈입니다. 특정 국가에는 자생 식물이 있듯이 우리 몸속에도 자생 미소식물군이 있습니다.
우리 몸 안팎에 서식하는 고유의 박테리아 군집입니다.
우리는 '미소식물군(microflora)'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시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이는 우리 장 내막을 덮고 있는 작은 꽃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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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철학적으로 생각하면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인간의 장은 수십억 마리의 박테리아에게 살 공간을 마련해 준 것입니다. 덕분에 인간과 박테리아는 공생 관계 속에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공생이란 단지 양자가 서로의 존재를 감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것입니다.
인간의 장은 박테리아에게 아늑한 집과 풍부한 식량을 제공해 줍니다. 그리고 박테리아를 위협하는 적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 대가로 인간의 장은 몹쓸 병원균 박테리아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박테리아가 발효하면서 생기는 영양분과 비타민 K도 공급받습니다.
이 공생 관계는 인간에게 약간 더 유리합니다. 그러고 보면 삶이란 그다지 공평하지 않습니다. 장 박테리아에게는 특히 그럴 것입니다.
누군가의 장에서 아무리 훌륭하게 일해 줘도 결국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쫓겨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생아의 장은 박테리아가 전혀 없는 무균 상태이지만 태어난 후 곧 동거인이 입주해서 평생 함께 살아갑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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