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문제, 미·중갈등, 코로나19 문제 등 산적한 과제 앞에서 한·미관계를 어떻게 꾸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다양한 견해와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전 특전사령관이자 한·미관계 전문가이기도 한 전인범 장군(육사 37기, 예비역 중장)에게 최근 한·미관계 현안에 대한 생각과 대응방안에 관해 물었다.
먼저 그동안 근황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핵문제, 미·중갈등, 코로나19 문제 등 산적한 과제 앞에서 한·미관계를 어떻게 꾸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다양한 견해와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전 특전사령관이자 한·미관계 전문가이기도 한 전인범 장군(육사 37기, 예비역 중장)에게 최근 한·미관계 현안에 대한 생각과 대응방안에 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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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중장, 육사 37기) |
저는 2016년 중장으로 전역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방문교수, 조지아텍대학 샘넌 국제대학원 객원연구원으로 2년여 동안 연수생활을 했습니다. 귀국한 뒤에는 미 육군협회와 미 공군협회에서 한국지부 부회장 취임 권유가 들어와 지난해부터 두 지부의 부회장을 맡고 있지요. 국가정책위원회 자문위원, 미 7공군 자문위원 등도 맡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특수 및 지상작전연구회’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전역 당시 우리 군 전투원들의 기본장비가 너무 소홀하다는 아쉬움이 남아 부하들에게 이를 끝까지 개선해나가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전역후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이 연구회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현재 저희 연구회는 육군 교육사령부 및 군수사령부와 협약관계를 맺고 있으며 2달에 한 번씩 세미나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특수 및 지상작전연구회’는 18개월을 복무하는 일반병들은 좋은 예비군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고, 국지도발 대응이나 대침투작전 등의 임무는 4년 반 이상 근무하는 부사관들 위주로 편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일반병일지라도 남다른 정신력과 체력을 지닌 해병대원들과 수색·정찰·특공대원들 약 4~5만 명을 육성하여 이들에게 질 좋은 총과 탄약, 장구류, 무전기, 폭약류, 응급처치키트, 드론, 개인 사이버 장비, 침투자산 등 9가지를 중점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1월 미국에서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앞으로의 한·미관계 전망과 함께 바람직한 한·미동맹 발전 방안에 대한 제언 부탁드립니다.
우선 한·미 군사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우리가 좀 더 역량을 키워 자립해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 측과 좀 더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하며, 세 번째로는 미국 측에 현재 한국이 처한 입장을 잘 설명해서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지난 몇 년 동안 트럼프 정부 밑에서 하나의 갈등요인이었으나, 바이든 행정부로 교체된 이후 앞으로 비교적 깔끔하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정부에서 13%라는 파격적인 인상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한·미관계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선 미·중 간의 갈등 속에서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고, 북한을 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서로의 견해차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허심탄회하고 투명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현재 한·미 간에 오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앞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지난 협상과정에서 생겼던 상처들이 많이 남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미국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는 것일텐데 왜 자꾸 돈을 더 달라고 하느냐”며 자존심 상하게 한 것이 있을 것이고, 미국 국민들 중에서도 열 명 중 세 사람은 한국, 유럽,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의 국방력에 무임승차한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미국 내의 이러한 여론은 우리도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이것도 제가 보기에는 소통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결국 해결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한·미 간에 나타났던 견해 차이도 이 기회에 고쳐야 할 것입니다. 미국에게는 왜 우리가 무임승차하는 것이 아닌지 이해시켜야 하며,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왜 우리가 방위비 분담금을 지불할 필요가 있는지 잘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가 아는 미국사람들도 대부분은 한·미동맹에 있어 우리의 역할과 노력을 정확히 설명해 주면 한국이 무임승차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금방 생각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도 현재 미국이 생각보다 국가빚이 많은 등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관련해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주한미군에게 1조 원을 주든 5조 원을 주든 그 돈의 대부분은 한반도에서 쓰이게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방위비 분담금을 내면 미국은 그 2~3배를 지출하는데, 그 비용도 결국 주한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 직원들의 봉급이나, 건설사업을 수주한 한국기업 등 국내에서 돌게 된다는 것 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미·중관계에서 우리는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입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우리의 입장을 미국에게 분명하게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미국 측에게 미·중이 무력을 사용하는 전면전 상황에 돌입할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우리는 미국 편을 들 것이라고 이야기해야 하며 중국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접촉과 소통을 통한 신뢰관계 형성이 중요합니다. 설령 서로간에 입장이 다르더라도 우리측에서 할 말은 하고 정직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국도 존중하는 자세를 갖게 됩니다.
저는 북한과의 교류나 9·19 군사합의에도 찬성하고 결국 그 길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단, 이러한 교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밀리는 입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게 되면, 우리가 아무리 북한에 선물을 갖다 줘도 고마워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북한과 교류할 때는 북한 보다 센 입장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북한 보다 센 입장’이라는 것은 우리가 북한에 군사적으로 밀리면 안된다는 것과 한·미 군사관계가 돈독해야 한다는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 군사력이 세다는 것은 수조 원짜리 최신장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총, 좋은 군화 등 기본장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장병 복지가 사기에 직결되며, 사기가 높은 군이 전투도 잘하는 것입니다. 또한 실전적 훈련, 리더십 함양, 체력 증진 등을 통해 훌륭한 군대를 갖고 있으면 미군도 우리를 존중하고 전작권 전환도 문제 없이 이뤄질 것입니다.
서 욱 국방부 장관이 올해 신년 간담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사업과 관련해 재임중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작권 전환 시기는 언제가 바람직할지요? 또한 전작권 전환 후에도 굳건한 국방태세 유지를 위한 우리 군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군에게 맡겨진 구조는 유럽 나토(NATO)도 마찬가지이듯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며, 전작권 환수 문제는 자존심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다만 전작권전환추진단장 근무 등 10년 이상 전작권 문제를 다뤄온 사람으로서 보았을 때, 한국군이 전작권을 가져온다고 해도 한국군이 주한미군을 작전통제하는 구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봅니다. 그럴 경우, 한·미 양군간에 사사건건 의견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마치 미국이 합의를 안 해줘서 전작권을 가져오지 못하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미국은 한국군이 전작권을 가져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에 주한미군이 한국군 통제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 문제 때문에 전작권 전환을 꺼려하는 것입니다. 한국 측이 전작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대신 주한미군을 통제하지는 않겠다고 하면 미국으로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죠. 주한미군 입장에서는 연합사 지휘체제 하에서 전시에 한국군이 자신들을 통제하게 된다면, 한국군이 여러 가지 면에서 주한미군을 작전통제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병들이 사용하는 기본장비와 실제적인 훈련, 제대로 된 리더십, 정신전력, 장병 체력단련, 동원제도 등을 제대로 갖춰야 하겠으나, 아직까지는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결국 현재 상황하에서 굳이 전작권을 가져오려면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연합사 지휘체제가 아닌 별도 운용체제로 분리되는 방법밖에 없다고 봅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한·미 연합연습 중단을 재차 요구해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올해 3월로 예정된 연합연습을 축소하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2018년 하노이 북·미회담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연습의 중단을 선언한 이래 지난해까지 연합연습은 중단되어 있는 상황이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해서라면 연합연습은 취소될 수도 있고 연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북한이 요구한다고 해서 한·미 연합연습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북한도 동계훈련을 하지 않는다든지, 핵시설 검증을 허락한다든지 핵미사일 발사기지를 폐쇄하는 우리에게 뭔가를 줘야 할 것이 아닙니까. 단순한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최소한의 방어적 훈련을 취소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연합연습간 진행되는 전시 모의연습은 최소한의 참모훈련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행해야 합니다.
북한 8차 당대회 당시 군 열병식을 유심히 지켜보셨을 텐데요, 우리 군과 비교해 현재 북한군의 재래식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북한군의 전력 강화에 대한 우리 군의 가장 시급한 대응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과 올해 1월 14일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살펴보면, 북한이 재래식 전력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대외과시용으로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단거리탄도탄 등 재래식 전력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대다수 북한 병력의 상황은 체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하겠지만, 김정은 정권이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정예병력을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정예병력은 기본장비는 물론이고 전투화도 새로운 제품을 착용한 모습이 보여 심히 우려가 됩니다.
그리고 북한이 선보인 장비들을 보면 상당히 좋은 것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8차 당대회 열병식을 살펴보면, 전차나 자주포, 장갑차에 코넷(Kornet)이라는 대전차화기가 탑재된 것이 식별되었습니다. 이 장비는 현재 우리가 가진 모든 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대전차화기입니다. S-300급 방공레이더 및 미사일도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 또한 우리 공군에게 상당한 위협이 되는 방공무기입니다.
그리고 최근년간 북한이 열병식에서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드론입니다. 북한이 드론 개발에 상당한 투자와 집중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열병식에서 계속 드론을 공개해 왔으나 최근 들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우려되는 일입니다. 북한의 이런 전력 증강에 우리 군은 다각적으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며,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핵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처럼 핵 재처리 능력과 농축우라늄, 플루토늄을 보유한 준핵국가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군 현역시절에 장병 전투력 개선과 복지에 많은 공헌을 하셨던 것이 알려지면서, 젊은 세대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역시절 가장 보람 있으신 일이라면?
저는 군생활 초창기부터 부하들을 아끼고 잘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이 상관으로서 저의 임무이며, 전투력 증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우리 병사들의 생활관 온도가 한여름에 거의 40도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그들을 이끄는 제가 냉방장치를 틀고 편하게 잔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제가 근무하는 부대에서는 어떻게든 직접 에어컨을 빌어오고 사와서 설치를 해주고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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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시절 사단장으로 근무했던 27사단에서 강연하는 전인범 장군. |
9사단에서 연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경기 고양시에 부대가 있었는데, 여름에 물이 잘 안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고양시장에게 찾아가 거의 공갈협박에 가깝게 끈질기게 설득해서 결국 지원예산을 타내 부대까지 수도관을 끌어왔습니다. 27사단장(이기자부대) 시절에는 병사들이 신는 저품질의 슬리퍼 개선을 위해 군수사령관 앞에서 슬리퍼를 물고 시위한 적도 있고요. 상부에서는 다 안된다고 하는걸 어떻게든 해냈습니다. 그랬는데도 기적적으로 별까지 달아주더군요(웃음).
끝으로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제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 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평화시의 군대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은 평화시가 아닙니다. 현재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군과 함께 있다 보니 안일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는 군인들의 책임도 크지만 정치인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요즘 언론에서 경제 문제나 백신 이야기만 할뿐, 군을 어떻게 강력하게 만들어야 할지는 대부분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 아주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김정은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군부대를 방문합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국군통수권자가 1년에 한 번 갈까말까 합니다. 결국 우리 손으로 대통령도 뽑고 국가의 의제도 정하는 것인데, 주택 문제도 중요하고 경제도 중요하지만, 결국 안보가 없으면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는 사실과 함께, 우리 국민들이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기억하면서 더욱 안보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끝맺을까 합니다.
전인범 장군 약력
육사 37기(예비역 중장)
前 특전사령관
경남대학교 정치학 박사
미육군협회 한국지부 부회장
미공군협회 한국지부 부회장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이병락 기자 byunglak16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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