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의 또 다른 기능은 오래된 적혈구 세포, 특히 헤모글로빈을 빌리루빈으로 분해하는 것입니다. 빌리루빈은 담즙에 섞여 제거됩니다. 담즙은 창자를 지나 대변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담즙은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장에게 유용한 담즙산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담즙산은 콜레스테롤을 원료로 하여 간에서 만들어 집니다. 

담즙산은 마치 세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세제를 이용하면 지방이 작은 덩어리로 분해되어 씻어낼 수 있듯이 담즙산도 커다란 지방 덩어리를 잘게 쪼개기 때문입니다. 잘게 쪼개진 덩어리는 구성요소로 분해된 후 흡수됩니다.

간에서는 담즙이 끊임없이 만들어지지만 인간이 음식을 끊임없이 먹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간에는 필요해질 때 까지 담즙을 저장해 두는 주머니가 있습니다. 바로 담낭입니다.

쥐와 같이, 거의 끊임없이 먹어대기 때문에 담즙을 저장해 둘 필요가 없는 동물에게는 담낭이 없습니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즙세관 또는 담세관이라고 하는 작은 혈관에 모입니다. 담세관들은 한데 모여 줄기와 같은 대혈관으로 연결됩니다. (나무와 흡사한 구조이므로 흔히 담관가지 혹은 담도계라고 불립니다.)

이 나무의 줄기에 해당하는 관상 기관은 간을 떠나는데 그  중간에 담낭으로 향하는 곁가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담즙이 필요 없을 때 이 곁가지를 타고 저장 장소로 우회합니다.

식사를 하면 위에서 전달된 신호를 받고 담낭이 수축하면서 속에 들어 있는 담즙을 짜냅니다. 녹색으로 빛나는 담즙은 담관을 타고 밀려 내려와 십이지장 속으로 분비됩니다.

이 때 십이지장에 연결되어 있던 췌장도 열리면서 효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물질이 함께 분비됩니다.

담관 끝부분과 그 주위의 원형 근육에는 '바터 팽대부(ampulla of Vater)', '오디 괄약근(sphincter of  Oddi)'이라는 멋진 이름이 각각 붙어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이 새로운 별을 발견하면 자신의 이름을 붙이듯이 해부학적 기관에도 이를 처음 기록한 사람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이와 같이 사람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바터 팽대부의 공식 명칭은 ‘간췌장팽대부’입니다.

개인적으로 '반지의 제왕'에 나옴직한 환상적이고 멋진 이름들이 더 이상 우리 몸에 사용되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더구나 각 기관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름을 더 이상 기리지 않게 된다는 것도 슬픕니다.

(다음에는 많이 발생하는 간질환과 그 예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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