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종 호 한민족통합연구소 회장
21세기를 맞이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분쟁들이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20세기에는 끔찍한 세계 대전을 두 번이나 치렀다. 그 결과 그동안 세계를 호령해 왔던 유럽제국은 쇠퇴하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이 출현하며 냉전(冷戰)의 시대로 돌입했다. 세계는 미‧소 두 세력에 의해 좌우됐고 주변국들은 위성국가로 전락하여 냉전의 피해국이 되었다. 한반도에서는 동족전쟁이 일어났고 독일과 베트남은 분단됐으며 유럽도 동서로 갈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의 처분권은 소련에게 주어졌고 서유럽은 미국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되었다. 양대 서력의 대척점에 놓여있던 아프카니스탄 또한 긴 전쟁을 겪었다.
![]() |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며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던 소련은 공산주의와 함께 몰락했고 냉전(冷戰)의 전초기지였던 베트남과 독일은 통일되었다. 팽팽하던 세력균형이 깨지면서 잠시 미국의 독주시대가 열렸으나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긴 잠에서 깨어난 중국이 용틀임을 시작하면서 세계는 또다시 미‧중 대립의 신(新)냉전의 시대로 회귀하고 말았다.
그리고 2022년, 미‧중 사이에서 은인자중(隱忍自重)기회를 엿보던 러시아가 엣 소련의 영광을 꿈꾸며 냉전세력에 끼어들고 있다. 새해 벽두 세계의 시선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뒷전으로 밀리고 온통 흑해연안 크림반도로 향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10만 명이 넘는 병력을 실전배치해 놓고 선전포고를 기정사실화 하자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전례가 없는 제재경고를 하는 한편 미국이 동유럽에 군 병력을 배치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 |
중국과 러시아가 반미전선을 형성하고 미국과 나토가 연합함으로써 자칫 제3차 세계대전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인류 파멸의 위기를 모면해보려고 미국과 러시아는 연달아 정상회담을 하고 독일 프랑스 영국 헝가리 등의 수반들도 양측을 오가며 외교전을 벌이고 있지만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금지 등 러시아의 안전보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셈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합병하겠다는 것이고 서방세계는 이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 |
| 전쟁에 대비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나이가 있는 여성이지만 가족을 지키겠다며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
이처럼 주변 강대국들의 대립이 거세질수록 완충지대에 놓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어린 아이와 부녀자까지 총을 들고 나섰다. 위기의 우크라이나 상황은 한반도의 처지와 맞닿아 있다. 70여년의 지구촌 소용돌이 속에서도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의 완충지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휴전선 철책은 여전히 굳건하고 북한의 핵무력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으며 한국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은 제자리걸음이다.
북한은 1월에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포함해 일곱 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그동안 자제해 왔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발사와 핵실험 재개까지 천명하고 나섰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항공모함을 비롯한 첨단전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며 강대강으로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역할은 한계에 봉착해 있는 실정이다. 이 시점에서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후를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촉즉발의 현 상황이 그때와 너무나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 |
| 북한이 지난 2017년 IRBM 화성-12형을 발사하는 장면 |
특히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발사는 동북아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파장을 몰고 오기에 충분하다. 사거리 500~5500km의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대한 글로벌 IRBM 물밑경쟁은 치열하다. 미‧중‧러‧일 4국의 안보체계와 영토문제에 이르기까지 매우 복잡한 함수로 얽혀있는 고차방정식이기 때문이다. 발사 직후 미국이 영국 프랑스와 함께 즉각적인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고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둔해 안보리 소집을 반대해 왔던 중국과 러시아까지 나서 상황이 엄중하다고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신냉전으로 우발적 변수가 많은 시기에 이 같은 무모한 무력시위방식은 안 된다.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기 때문이다. 미‧중의 글로벌 패권다툼이 치열한 이때 두 세력의 갈등 양상에 따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가 요동칠 수밖에 없고 강대국들은 명분이 궁색해지면 양측 모두 한반도를 또다시 희생양 삼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기에 그렇다.
이처럼 불안한 국제정세에서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선제 타격이나 사드 재배치 같은 발언은 자중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경험에서 제재와 압박보다는 대화와 인내가 남북안정에 도움이 되었음을 확인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역시 2018년 위기 뒤에 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열었던 그때를 염두에 둔 “벼랑 끝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에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 협상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 미‧중이 진정한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려면 패권다툼을 멈추고 냉전을 종식시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
![]() |
| 북한의 벼랑 끝 전술? 이미지출처=오마이뉴스 |
세계 여러 곳에 분쟁지역이 존재하지만 한반도만큼 냉전(冷戰)의 상징성을 내포한 곳은 없다. 한반도는 아직도 전쟁(戰爭) 중이다. 7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지루한 한국전쟁을 이젠 끝내야 한다. 강대국들이 앞장 서 한반도의 판문점에서 냉전의 종식을 선포하고 한반도 통일과 평화체제의 완성을 도와야 한다.
세계 유일의 냉전지역 한반도를 냉전의 완충지대가 아닌 평화지대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평화(世界平和)를 여는 지름길이다.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문국’ 망령의 부활인가… 남원문화원은 누구를 위한 역사를 가르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