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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의 「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믹스커피의 원조, 미국 남북전쟁

식사를 하거나 음주를 하거나 그 사이 사이에 반드시 찾는 음료가 있으니 커피입니다. 과일을 먹어도 찾고 과자를 먹고 나서도 심지어 식혜를 마신 뒤에도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은 자그마치 세계 6위입니다. 한 사람당 일 년에 오백 잔 정도 마신다는군요. 놀랍지 않습니까?

요즘은 원두커피를 많이 마시지만 그래도 부동의 1위는 믹스커피입니다. 내가 아는 어르신은 한 번에 서너 봉지를 머그잔에 부어 마시더군요. 그렇게 하루에 너 댓 번 이상은 마신답니다. 밥보다도 그렇게 마시는 커피가 제일이라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건강은 이상이 없습니다. 

믹스커피의 원조가 한국이라고 바득바득 우기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려면 우유와 설탕을 넣어야 하는데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은 그런 과정이 힘들어 ‘빨리빨리’의 왕국인 한국 사람이 믹스 커피를 발명했다는 겁니다.

얼핏 수긍이 가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믹스커피가 한국인의 발명품은 아니랍니다. 바쁜 사람들은 한국에만 있은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한국에서 일반서민들이 커피를 마음대로 음용 할 수 있는 것도 실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으로 이민 간 친척이 인스턴트커피 한 통 보내오면 큰 자랑꺼리였던 시절. 조금 산다하는 집에 가면 금테 두 줄 둘러진 잔에 내오는 커피 대접이 귀한 손님 대접이었던 시절. 불과 몇 십 년 전입니다.

이 세상엔 원조라고 우기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누구의 말처럼 커피 설탕 프림을 섞어 시판한 형태가 한국이 처음이니 한국이 원조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믹스커피의 역사는 장구하며 그 역사의 시발점은 미국 남북 전쟁입니다. 남북전쟁 당시 미 북군에서는 처음에 병사들의 기운을 돕기 위해 술을 지급했는데 사고가 너무 많이 발생하자 커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로스팅한 커피를 분쇄해서 병사들에게 지급하면 거기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끓여 먹었지요. 지금은 원두 찌꺼기를 먹지 않고 버리는데 그 때는 컵 속에 가라앉는 찌꺼기만을 버렸습니다.

그런데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인간들은 어디에나 있어서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군납업자들이 커피 가루에 모래를 섞어 양을 늘려 병사들에게 지급한 것입니다. 어차피 찌꺼기는 가라 앉아 버릴 것이니 모래도 그렇게 함께 섞여 모를 것이라고 새대가리들이 그런 짓을 한 겁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탄로가 났고, 병사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난리가 났지요. 그래서 다음에 지급된 것이 아예 볶지도 않은 생두였습니다. 알아서 끓여 마셔라! 라는 식이었지요. 말이 되고 안 되고는 상관없이 군대란 명령하면 복종해야 하니 말입니다. 북부군의 야영지에서는 밤마다 커피를 볶고 끓이고... 전쟁에 나간 병사들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병사들은 난리가 났고, 다음으로 커피 가루와 연유와 설탕을 섞어 졸인 것을 만들어 지급했습니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마실 수 있었으니 형태는 다르지만 믹스커피의 원조라고 할 만하지 않습니까? 

그럼 남부군들은 커피를 몰랐겠습니까? 북군이 모든 길을 봉쇄해버리 고 커피는 커녕 우유조차 보급이 안 되자, 얼마나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지 고구마를 태워 검은 물을 만들었고 그 물에 설탕을 타서 마셨답니다. 지금도 일부 커피믹스에 고구마가 들어간다는 말이 있으니 가능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남부군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북군 야영지로 가서 비싼 담배와 교환해서 가지고 왔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이 안가지요? 그러나 인간은 때로 기호품 하나에 생명을 걸기도 합니다.  제 1차 세계 대전 때 공업 기술의 발달로 인해 분유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상하기 쉬운 연유보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과 이름이 같은 조지 워싱턴이라는 사람이 인스턴트커피를 개발하고 분유와 함께 손쉽게 타 먹을 수 있는 커피가 탄생 되었습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때는 혈장 보존을 위한 동결 건조 기술을 분유와 커피에 응용하여 드디어 현대의 인스턴트커피의 시조가 완성된 겁니다. 

이런 커피를 한 번에 마시면 얼마나 좋을까를 누군가 생각했고 1976년 한국의 동서식품이 1회용 커피믹스를 만들어 냅니다. 커피 프림 설탕을 한 봉지에 넣어, 아무 데서나 뜨거운 물만 부으면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 믹스커피는 한국의 현대사의 최고의 히트 품목입니다.
 
농어촌과 산업 공단, 도시의 사무실 등 폭발적인 인기 속에 믹스커피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을 모릅니다. 얼마나 맛있으면 국 대신 믹스커피 국을 만들어 밥까지 말아 먹는 어르신이 있을까요? 한국의 발명품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나 그 원조는 저 먼 미국의 남북전쟁이란 것을 살짝 이야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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