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냉전이 끝난 뒤 수십 년 동안 세계는 ‘큰 전쟁(big war)’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공포를 잊고 살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은 국지전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달랐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국지전을 넘어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됐습니다. 사실상 세계대전처럼 ‘슈퍼파워’들의 충돌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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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만큼 위태로운 지역은 대만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대만을 향한 무력 사용 포기를 결코 약속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중국이 당장 대만을 침공해 무력 통일을 시도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뭅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돌발 변수로 시 주석이 무력 사용을 결정할 경우 대만해협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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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이외에도 이란, 파키스탄, 예멘,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등을 주요 분쟁 지역으로 꼽았습니다.
더 이상 전쟁을 남의 일로 여기지 못하게 된 세계 각국은 국방비를 증액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2023회계연도(지난해 10월~올해 9월) 국방예산은 8580억달러(약 1090조원)로 전년보다 8% 늘었습니다. 일본은 2023회계연도(올 4월~2024년 3월) 방위비를 전년보다 26% 증액한 6조8000억엔(약 65조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제시한 국방비 목표치(GDP의 2%)를 달성하지 않았던 회원국들도 증액을 적극 검토 중입니다. 한국은 올해 국방비를 지난해보다 4.4% 늘린 57조143억원으로 잡았습니다.

영국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우리는 전쟁이 인플레이션, 채무불이행(디폴트), 기근의 방아쇠를 당겨왔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며 “연결된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 사이에서 벌어진 욤 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과 닮았다고 했습니다. 당시 전쟁은 1970년대의 ‘대(大) 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을 일으켰습니다.
세계각국의 군비증강과 경제불황의 대인플레이션의 예측은 세계대세를 점점 더 위태로운 상황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유수연 기자 miracle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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