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의 문화비교
한옥을 공부하고 저술하면서 한국인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한국인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 한옥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밀접하게 접하는 것이 집이고, 생활공간이며 한국적이지 않으면 불편해서 다르게 바꾸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바꾸고 바꿔서 현재에 이른 것이 한옥이라면 한국인의 정신이 들어있는 보고일 수밖에 없다.
한옥과의 인연은 어렸을 때다. 한옥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목재로 된 기둥 ․보 구조를 가진 것을 말하며, 지붕이 기와나 초가 같은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처음 한옥과의 인연은 출판사의 제의로 한옥마을을 취재하면서였다. 한국의 미는 한 마디로 정의하면 자연미다. 자연미는 단순미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한중일이 비슷한 듯 하지만 상당히 다르다.
상징적인 사람으로 비교하면 중국의 문화는 황제의 문화이고, 일본은 무사의 문화다. 그리고 우리는 선비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황제는 절대 권력을 가진 중국의 상징적인 인물로 힘의 과시를 중요하게 여긴다. 힘의 과시는 과장과 확대, 화려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중국의 건축물이나 문화재는 크고, 높고, 웅장하며, 화려하다. 겉으로 허세를 부린다. 과장과 과시를 통해 백성을 위압적으로 누르는 정치를 한다. 다시 말하면 패권정치다. 절대권력을 천하에 드러내는 문화다. 그래서 자금성과 만리장성과 같이 크고 높고 웅장하며 도자기의 경우만 봐도 화려하고 사람 키를 넘길 만큼 크다.
반면 작은 것은 손으로 만질 수도 없을 만큼 작게 해서 보통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게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소설이다. 다른 나라의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의 소설은 대단한 과정을 보여준다. 축지법을 쓰고, 장풍을 쓰며, 웬만한 사람은 다 날아다닐 정도로 활공법을 쓴다. 중국무술이 중국의 무예타이나 요즘 격투기 선수와 붙으면 안타깝게 3분을 넘기는 선수다 드물다.
반면 일본의 문화는 무사의 문화로 냉철하며 비정한 면을 보인다. 차갑게 느껴진다. 일본의 문화는 무사의 칼이 상징적인 무기다. 칼 앞에서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상소문화가 전혀 없는 곳이 일본이다. 무사에게는 절대복종이 있을 뿐 거역할 수 있는 조건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상소를 올리는 것을 수치로 여길 만큼 상소문화는 발을 붙일 수가 없다.
칼은 명령이고 복종 외에는 인정하지 않는다. 칼 앞에서 보종하지 않으면 죽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문화가 정형의 문화다. 좌우대칭과 상하비례가 완벽할 만큼 잘 이루어졌다. 일본의 문화는 부연하면 틀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일정한 틀, 즉 원칙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려는 문화다.
그래서 따돌림을 두려워한다. 무리 속에서 벗어나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일본문화가 20여 년을 정체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정형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문화는 깔끔하고 정갈하며 아기자기하다. 균형미가 있다. 상하비례와 좌우대칭 그리고 정해진 원칙을 철저하게 이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은 예의가 어느 나라보다도 깍듯하며 철저하다. 칼의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예의나 법 그리고 원칙을 잘 지킨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의 문화는 선비의 문화다. 선비는 정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선비를 상징하는 도구는 붓이나 책이다. 선비는 지금으로 이야기하면 정치하는 학자다. 정치는 전체를 이해하고 나라를 어디로 이끌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존재다. 학자의 기질은 깐깐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실험정신이 있다. 안 좋은 면이 있다면 논리적이고 비판적이어서 말이 많다. 우리의 정치형태의 원인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선비의 상징물인 책과 붓은 공부하고 저술하는 학자로서의 기질이다. 일정한 틀을 의도적으로 부수는 성향이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대인의 기질이 있는데 선비의 기질과는 상반되는 기질이다.
한국 문화의 핵심은 비정형미다
대인의 기질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하고자 한다. 선비의 문화와 대인의 문화가 함께 만들어진 것이 비정형의 문화다. 한국인의 문화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라고 하면 비정형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비정형 문화의 속성은 자연적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특징적인 면이 있다. 좌우의 대칭을 의도적으로 부수고, 상하비례를 일부러 깬다. 그래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한국의 문화는 편안하고 넉넉해 보인다. 규모면에서는 ‘크기는 작게, 정신은 크게’를 추구한다. 정신은 위세를 부리거나 허위를 기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본질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한옥에는 이러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한국인이 지은 집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기질과 정체성이 그대로 들어 있다. 한옥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안채다. 우리에게 한가운데는 깊은 곳이며 안쪽이다. 서양인들의 중심과는 다르다. 인체로 비교하면 서양인들은 몸의 중심을 배꼽으로 흔히 이야기한다. 한국인에게 인체의 중심은 인중人中이다. 한자로도 그대로 사람의 한가운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중을 중심으로 위로는 구멍이 두 개씩이다. 아래로는 구멍이 한 개다. 인중 위로는 정신과 감각기관을 담당한다. 형이상학적인 기관들이다. 인중 밑으로는 형이하학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머고 배설하는 기관이다. 원리로 중심을 나누었다.
마찬 가지로 한옥에서의 중심은 안쪽에 있는 안채다. 입구에서부터 보면 솟을 대문이 있는 행랑채, 사랑채, 안채 순인데 안채가 중심이다. 중심건물은 사랑채보다 소박하고 낮게 지어졌다. 중심을 크기나 모양으로 돋보이게 하는 것을 경계했다. 우리의 중심은 자연과 만나는 지점이다.
한옥을 보면 한국인의 정신이 보인다. 한옥에 관한 책을 쓰다가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열쇠를 찾게 됐다. 한국인을 여는 열쇠가 바로 ‘극단極端’이라고 했다. 당연히 한옥에는 극단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우선 한옥은 두 개의 문화를 품어 안은 위대한 건축물이다. 남방문화인 마루와 북방문화인 온돌을 하나의 공간에 들여놓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건축물이다. 그리고 인공과 자연을 잘 버무려 놓은 한국인다운 건축물이다. 서로 다른 극단적인 두 개의 문화를 받아들여 문화충돌을 하도록 방치하지 않고, 두 개의 문화를 받아들여 순응의 건축물을 지었다. 한옥은 추운 지방의 북방문화인 온돌과 더운 지방의 문화인 마루가 잘 버무려져 완벽에 가까운 건축물로 탄생했다.
한옥을 한옥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는 마당이다. 마당은 중국과 일본에서는 발달하지 않은 문화다. 한국인의 기질이 잘 담긴 부분이 마당이다. 마당은 직접적인 대지로서 갖는 마당도 있지만 한국인에게 정신적인 공간이 마당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화마당, 각설이 마당, 정치마당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마당은 통과의례의 장이고, 농업을 준비하고 거두어들이는 노동의 장이며, 문화와 소통의 장소다. 한국인에게 마당은 여유이며, 다른 세계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공간으로서 작동한다. 그래서 한옥에서는 경계라고 할 수 있는 담장이 낮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옥은 작게 짓되, 문은 크게 한다. 사는 공간은 작아도 자연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큰 집이 한옥이고, 마음 안에 자연을 받아들이고 사는 큰 사람이 사는 집이 한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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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광철 작가, <극단의 한국인 극단의 창조성>의 저자. 시인-작가며 한국학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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