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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심의 「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커피를 끓이는 사람들

다이어트 커피를 샀는데 원하는 효과는 못 봤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그만하기, 별다른 이상이 없기, 천만다행으로 여기고 일반의 커피를 적절하게 마시면 됩니다. 아무리 효능 좋은 약이어도 다이어트는 식사 조절이 안 되면 다 소용없습니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는 방식은 복잡할 것 같지만 따져보면 간단하기도 합니다. 볶고 갈아서 물과 내려서 마시거나 가루를 타서 마시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근래의 방식이고, 세계의 커피를 마시는 방법은 참 다양합니다. 우리나라의 김치를 담는 방법이 집집마다 다르듯이요. 우리는 김치를 담을 때 젓갈이 없이는 안 되는 줄 알지만 사찰에서 젓갈 없이 담는 김치의 맛은 뛰어 납니다. 내가 아는 절집에서도 젓갈없이 김장을 하는데, 인천에 와서 먹어 본 어떤 김치보다 맛있었습니다. 우리의 김치와 마찬가지로 커피를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품으로 여기는 나라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기호식품이 아니라 꼭 있어야 할 중요한 식품으로 여기며 만드는 방법을 집안의 비전으로 대대손손 이어오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중 몇 나라만 살펴볼까요?

우리에게 생소한 네게브 사막에서 아직도 고대의 삶의 방식을 이어가는 베드윈족의 커피는,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절대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생두를 말려 오랫동안 사용해온 프라이팬에 원두를 볶는데 그 볶는 방법과 시간이 집집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그 비법을 어머니가 딸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주 중요한 혼수라고 하네요. 

그렇게 볶은 원두를 커피 전용의 돌절구에 갈아서 오래된 주전자에 끓여내는데, 죽음처럼 검고 영혼을 빼앗길 듯 달콤하며 한 번에 훅 갈 정도로 맛이 진하다고 합니다. 처음 맛본 사람은 지금까지 마시던 커피 맛과는 너무 달라서 기겁하지만 익숙해지면 다른 커피는 못 마신답니다. 모로코의 커피 맛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모로코의 음식들 대부분은 많은 설탕과 기름으로 만들어지는데, 그중 온 국민이 즐겨 먹는 간식 슈베키아는 말 그대로 설탕 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모로코 커피를 카후와라고 하는데, 아주 진하게 끓여낸 커피에 진한 우유를 섞어 마십니다. 어느 나라의 커피 맛과도 다르답니다. 우유도 우리나라의 연유 수준이니 얼마나 진한지 짐작이 됩니다.

뜨거운 태양과 사막, 그리고 바다가 있는 곳이어서 그렇게 진한 커피와 어울리 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스프레소가 진하다지만 비교가 안 된다고 하니까요. 우리가 같은 밥을 하지만 그 방식이 미묘하게 다르듯이, 커피 끓이는 방식도 참 다양합니다. 건조한 사막지방에서는 연료를 구하기 어려워 짐승의 배설물을 말려 그것으로 커피를 끓입니다.

동물의 배설물을 연료로 쓰는 곳은 굉장히 많으니 의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사막 지방에서는 커피콩을 그냥 볶는 것이 아니라, 모래와 같이 볶아내는 곳이 많습니다. 샌드커피라고도 부르지요. 사막의 모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거친 입자의 모래가 아니라 아주 부드러운 입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넣고 볶아도 원두를 상하게 하지 않습니다. 두꺼운 냄비에 커피콩 과 모래를 넣고 같이 볶는 과정에서, 원두에 붙어있는 불순물들이 완전히 제거됩니다. 볶는 기술도 각자의 집마다 달라서 커피 맛이 다 달라진다고 합니다. 불의 세기, 모래와 커피의 비율, 볶는 시간등... 생각해 보니 정말 다양한 맛의 커피가 있겠습니다. 

샌드커피

튀르크카베시라는 터키 커피도 샌드커피입니다. 모래와 커피콩을 볶아서 자잘하게 갈아 제즈베라는 커피주전자에 커피가루, 물, 설탕을 넣고 숯불에서 끓여내는데 그 맛이 참으로 다양합니다. 카페의 기원이 터키인 것은 예전에 이야기했었지요? 그에 걸맞게 터키의 커피 장인의 위상은 대단합니다. 요즘 말로, 바리스타들이 아주 옛날부터 터키에는 있었습니다. 제즈베를 집안의 가보로 대대로 아들에게 물려주기도 한답니다. 볶는 시간과 양, 물과 커피가루와 설탕의 양, 또 끓이는 시간도 정말 사람마다 달라서 그 맛의 미묘한 차이가 자신만의 노하우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다양한 커피를 마시러 터키 여행을 몇 번이나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커피의 최극강의 향미와 풍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갖은 방법이 동원되는 것은 그만큼 커피가 다양한 성질을 가지고 어울릴 수 있는 재료라는 뜻입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커피밥을 지어 먹습니다. 콜드커피를 밥물 대신 넣어 짓는데 맛이 굉장히 좋습니다. 잡곡밥을 지으면 그 독특한 향미가 굉장히 매력적이더군요. 커피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야외 나갈 때 갖은 잡곡과 찹쌀과 커피물로 밥을 지어 그냥 랩에 싸서 가져가는데, 식은 상태의 맛이 마치 색다른 떡이나 빵처럼 느껴집니다. 이와같이 커피라는 재료는 그 향과 맛이 강한데도, 많은 것들과 잘 어울리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커피밥, 이미지출처=커피줄루

에티오피아에서도 귀한 손님이 오면 커피를 대접하는데, 손님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손님과 식구들이 전부, 불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한 가운데 그 집의 주인은 솥뚜껑을 거꾸로 앉힙니다. 달아오른 솥뚜껑에 생두를 볶는데 어떻게 얼마나 볶는지는 순전히 주인의 기술입니다. 

커피콩이 볶아지는 향기에 모두 행복한 마음이 들겠지요. 다 볶아진 원두를 받아 그 집의 주부가 오래된 돌절구에 넣고 찧어 고운 가루로 만듭니다. 긴 손잡이가 달린 주전자에 커피가루와 물을 넣어 끓여서 손님에게 세 번을 나누어, 세 잔을 마시게 합니다. 세 잔을 다 마시는 동안 담소를 나누게 되며, 만약 마시지 않으면 주인에게 큰 결례가 된답니다. 설탕을 넣지 않은 순수한 커피의 맛은 쓰기만 할까요? 온 집안에 퍼진 향기와 함께 느껴질 커피의 맛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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