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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태일의 『한문화 산책』 - 건축은 생물이다

 프랑스 건축가협회 회장인 ‘로랑 살로몽’씨는 자주 한국을 방문하며 유명사찰과 전통한옥, 정자들을 둘러보는 한국건축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한국건축은 볼수록 심오한 매력에 빠져들고 그 자체가 자연과 하나 되는 풍경이며 정교한 구도’라며 극찬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한국건축이 조형미와 세련미가 탁월하다고 본다. ‘정작 한국인은 자기나라 건축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충고도 남기고 있다. 
    
미국건축가인 ‘피터 바돌로뮤’씨도 1968년 평화봉사단으로 우리나라에 왔다. 한옥에 반해서 서울에서 40년째 우리나라에 눌러 살고 있다.   그도 역시 한국인은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유리 구두를 버리고 헌신짝을 신는다고 빗댔다.

그의 한옥 예찬은 과학적이고 심미적이다. “한옥의 안정적이고 기하학적인 마루방 기둥, 정교하면서도 단아한 문살, 듬직하게 지붕을 떠받치는 용마루, 그 위로 절묘한 곡선을 그리며 사뿐히 얹혀 있는 기와 막쇠 등은 한국건축의 백미”라고 절찬하고 있다.

특히 그는 한옥은 ‘건축과 실내장식, 목공예, 고미술, 문학 등이 어우러진 한편의 종합예술’이라고 평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한옥의 가치를 모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프랑스 건축협회 회장이 말하는 ‘자연과 하나 되는’이라는 표현이 바로 우리의 한문화의 에센스라 할 수 있다. 모든 대상과 하나가 되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들이 한국인이요 민족원형질인 우리문화다.

 필자도 60년대 하버드를 졸업하고 한국에 평화봉사단으로 온 미국청년과 옆방에서 하숙한 일이 있다. 우리나라 고건축을 안내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함께 다니면서 창연한 우리문화에 깊이 빠져들었다.

 부석사 무량수전을 보고 감탄했고 우연히 숲속의 정자를 만나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초가집 온돌을 세심히 관찰했고 고가의 문풍지를 보며 신기하게 더듬었다. 토담집에서 하룻밤을 자면서도 철부지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미국인들의 최고의 찬사라는 ‘엑설런트’를 연발했다.
 
 결국 한국건축의 팬이 되었다며 지금도 한국을 찾아온다. 그때는 한국건축이 왜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는 미국인 특유의 바디 랭귀지를 곁들이면서 한국건축을 보면 ‘건축은 생물이다’란 건축명언이 실감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건축을 생물로 비유했던 뜻을 이제는 충분히 알 것 같다. 오천년의 지혜가 우리고건축에 용해되어 있다는 사실에도 감동한다. 필자가 주도하여 만든 한문화연구회가 이런 경이로운 감동을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한문화 속의 고건축’에 대한 학술포럼을 개최한 일도 있다.
 
 당시 제2회를 맞는 학술포럼에서는 고건축에 대한 전문가를 모시고 과학적인 검증을 통해 우리건축의 우수성을 알렸다. 우리문화를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하였고 성황리에 마친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는 1880년부터 양풍이 불었고 일본영사관이 들어서고 서구의 공관과 가톨릭성당, 교회가 차례로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한옥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와집이 헐리고 창호지가 유리로, 대청마루가 응접실로 바뀌었다. 이른바 개화열풍에 휩싸이면서 양식가옥이 개화와 부의 상징처럼 오도되었다. 이제 고건축을 통해 본래 위상을 밝힐 때가 되었다.

 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란 말도 이 자리에서 확인해볼 만하다.

제갈태일 한문화연구회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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