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하는 선전포고인가?"
글 : 박덕규
24개 역사학회와 고고학회의 성명서를 시작으로 어제는 역사와 고고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128명이 성명서를 냈다고 한다. <전라도 천년사>와 관련하여 '사이비역사학의 선동'에 넘어가지 말라는 당부이자 압력이다.
언론에 공개되는 성명서에 '사이비역사'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기경량 교수는 자신이 붙인 이름이라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그만큼 학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이비 역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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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 배출되는 역사, 고고학 전공 박사는 아마도 백명은 넘지 않을까 싶다. 광복 후 수십년간 배출된 학사, 석박사는 어림잡아 수만 명은 넘을 듯하다. 반면에 그들이 사이비역사학자로 지칭하는 박사 이상의 연구자는 채 열 명도 안될 것 같다. 숫자로만 보면 일대백도 아니고 일대만을 넘어선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 많은 연구자들이 모두 식민사학자는 아닐꺼고, 또, 그 적은 사이비역사학자들이 도민을 선동해서 학계의 연구성과와 업적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그래서인지 성명서는 정치인, 언론, 지방정부를 콕 집어서 경고와 당부를 하고 있다.
성명서는 본래 힘없고 빽없고 어디 기댈 곳 없는 약자나 시민단체에서 오직 정의로운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해 발표하는게 아닌가. 128명의 대학원생이 학내에 붙였다는 대자보 또한 정의로운 대학생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고발장 아닌가.
교수, 학자, 연구원 등 사회적 명예와 이름, 학문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전라도민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받은 온갖 조롱과 비소만으로도 벅차디 벅찬 한 명의 학자에게 던지는 선전포고는 마치 거대 재벌기업이 영세업자에게 ‘니가 파는 물건이 가짜 아니니? 동네 사람들! 이 가게 물건 가짜입니다. 속지마세요’하는 것 같다.
학자들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그동안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으로서의 역사 때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못한 역사학계의 문제점은 단지 딱딱하고 어려운 역사를 말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과거 때문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라고 만든 고구려 재단은 오히려 동북공정에 동조해서 해체됐고, 동북공정을 뒷받침하는 동북아 역사지도를 폐기시켰더니, 사이비 역사의 공격 때문이라며 그 보복으로 교수 임용을 방해하고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연구비를 토해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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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역사지도 중 하나다. 모든 지도에 독도를 그려넣지 않았다. 하얀게 자그많게 보인다고 주장하나 박스까지 쳐서 울릉도를 넣었는데 독도를 선명하게 그려넣지 않은 것은 고의가 다분하다 |
심지어 독도가 사라진 지도를 내놓고는 ‘독도는 한국 땅도 일본 땅도 아니다’라는 황당한 변명과 지도의 축척에 맞추느라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는 개그를 시전했다.
하버드의 권위를 빌려서 ‘한국이 한사군의 식민지로 시작했다’는 역사책을 영문판으로 출간하여 전 세계에 알리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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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것을 지적하면 반성은 커녕, 변명과 거짓말, 보복과 사이비 역사라는 공격이 뒤따랐다. 지금까지 보여준 ‘대한민국 최고의 학자들’의 행태는 저들이 과연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겸양지덕을 갖춘 정의로운 학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후에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스승과 선배, 자신들의 학문업적을 자랑하고, 자신들이 터를 닦았던 식민사학을 이 땅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 학자들은 “식민사학을 극복했다” 말하면서도, 무엇이 식민사학인지, 누가 식민사학자인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반성이 없는 사과조차 없었다.
나라가 광복이 되고,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한국의 역사학계를 믿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스승의 스승이었던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을 “합리적”, “선구적”, “탁월한” 연구로 칭송한 것이 드러나면서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을 알게 됐다.
단군을 신화로 규정한 이마니시 류와 임나를 가야에 비정한 스에마츠 야스카즈 그들의 학설은 지금도 대한민국의 역사학계에 불변의 진리로 남아있다. 그들의 성명서는 자신들이 쌓아올린 공고한 탑을 무너뜨리려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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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화 기자 multikor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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