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덕일 순천향대 초빙교수(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의 『환단고기』 진위 토론 제안에 응답했다. 그런데 그 모양새가 기괴하다. 토론에 나가겠다면서 단서를 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함께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비겁하기 짝이 없는 '침대 축구'이자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한 전 대표의 이번 조건부 수락은 사실상 "토론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일개 학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모를 리 없는 그가, 이를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은 토론 무산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려는 얄팍한 정치적 셈법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토론을 제안한 당사자는 역사학자인 이덕일 소장이다. 학문적 진실과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투는 자리라면, 제안자와 당당하게 1대1로 맞붙거나, 본인이 부족하다면 자신이 신뢰하는 전문가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면 될 일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대통령을 소환하여 방패막이로 삼는 태도는 역사 논쟁을 진흙탕 정치 싸움으로 변질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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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대표의 태도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극치다. 그는 이미 "환단고기는 위서로 결론 났다"고 호기롭게 단정 지었다. 본인의 판단이 그토록 명확하고 확고하다면, 왜 굳이 위서론을 주장하는 주류 강단사학자를 대동해야 하는가? 자신이 내린 결론에 대해 스스로 논증할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위서임이 확실하다"고 목소리는 높이면서, 정작 검증의 무대에는 "전문가와 대통령이 있어야 나가겠다"며 꽁무니를 빼는 모습. 이것이 과연 한 집권 여당의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의 품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그가 『환단고기』의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거나 연구해 본 적도 없이, 그저 식민사학계가 주입한 "위서"라는 앵무새 같은 주장만 맹신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여 '허수아비 때리기'를 시전하고 있다. 대통령은 "환빠라는 비하 표현은 문제다", "다양한 시각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학문의 개방성을 언급했을 뿐, 『환단고기』를 정사(正史)로 공인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한 전 대표는 마치 대통령이 위서를 진서라고 우기는 것처럼 프레임을 씌워, 자신을 '비이성에 맞서는 이성의 수호자'로 포장하려 든다.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
한동훈 전 대표에게 고한다. 역사는 정치 공학으로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식민사학의 카르텔 뒤에,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방패 뒤에 숨어서 "토론하자"고 외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자신의 주장에 자신이 있다면 군더더기 조건은 다 걷어치우고 링 위로 올라오라. 이덕일 소장과 마주 앉아 무엇이 위서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사료와 논리로 국민 앞에서 검증받으면 된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차라리 "나는 역사를 모른다"고 솔직하게 시인하고 빠지는 편이 덜 추하다. 대통령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것은, 진실을 규명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패색 짙은 싸움을 피하려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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