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경향신문에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가 기고한 칼럼은 한국 사학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선민의식’과 ‘학문적 폐쇄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여 교수는 자신들과 다른 견해를 ‘사이비 역사’라는 자극적인 용어로 규정하며, 이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적 발상’으로 매도했다. 과연 누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로운 비판’과 ‘다양한 해석’을 가로막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 ‘낙인’은 학문적 토론의 포기 선언이다
여 교수는 ‘사이비’라는 표현을 통해 상대방의 입을 막으려 한다. 학문은 끊임없는 의구심과 검증을 통해 발전한다. 주류 사학계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사회와 연구자들을 ‘위험한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스스로 논리적 반박의 한계에 부딪혔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는 학술적 논쟁을 진영 논리로 변질시켜 주류 사학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학문적 카르텔’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2. ‘낙랑군 평양설’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가?
여 교수는 낙랑군이 평양에 있었다는 점을 “경복궁의 조선총독부 건물만큼이나 명백한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참으로 놀라운 비유다. 수십 년 전의 현대사와 2천 년 전의 고대사는 그 고증의 차원이 다르다. 낙랑군 평양설은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정립한 지리 비정을 비판 없이 계승한 측면이 크며, 요서 지역에서 발견되는 고고학적 성과나 수많은 고대 문헌의 기록과는 여전히 충돌하고 있다.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는 학문이기도 하지만, 남겨진 파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학문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해석만이 유일한 진리이며 이에 반하는 주장은 ‘부정선거론’과 같다는 식의 비유는 학자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겸손함조차 망각한 태도다.
3. ‘식민사관의 수출’이 국제화인가?
여 교수가 아쉬워하는 하버드대 EKP와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의 중단은 ‘정치권의 결탁’ 때문이 아니었다.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 사업이, 오히려 우리 고대사의 진실을 훼손하고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뒷받침할 우려가 있다는 시민사회의 정당한 감시 결과였다.
만약 주류 사학계의 편향된 시각이 담긴 연구물이 그대로 영문으로 번역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면, 그것은 ‘K-History’의 도약이 아니라 ‘식민사관의 국제적 공인’이 되었을 것이다. 진정한 국제화는 외세의 시각이 아닌, 주체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우리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4. 이재명 정부에 바란다: ‘역사 주권’의 회복이 먼저다
여 교수는 R&D 예산을 투입해 자신들의 연구 거점을 세계에 구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학파의 예산 지원이 아니라, 침체된 역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다. 고조선 문명의 실체와 강역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식민사관의 잔재 청산, 그리고 무엇보다 권위주의적 학문의 장벽을 허물고 국민과 소통하는 역사가 우선되어야 한다.
학문은 권력이나 낙인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진실에 다가가려는 용기로 증명되는 것이다. 주류 사학계는 시민들을 가르치려 들기 전에, 왜 수많은 국민이 그들의 역사관에 분노하고 의구심을 갖는지부터 뼈저리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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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 |
사이비역사’ 논란, 한국사 연구의 국제화 재추진 계기로 삼아야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교수) 2025.12.2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417589?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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