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2026년 새해 벽두에 기고한 칼럼 "단군왕검 연구를 망친 <환단고기>"는 단군왕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오도하고, 우리 상고사의 실체를 복원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독'으로 매도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는 《환단고기》가 단군 전승 연구를 망쳤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우리 역사를 망치고 단군을 신화의 늪에 빠뜨린 진짜 주범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참고 칼럼 : [홍기빈의 클로징] 단군왕검 연구를 망친 <환단고기>
2026-01-01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9112
1. 단군을 '신비적 존재'로 가두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홍 소장은 단군이 옛날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정치적 존재보다 종교적, 신비적 이미지가 강해진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군을 실존했던 국가의 통치자가 아니라, 단순한 샤머니즘이나 선가의 추상적 숭배 대상으로 격하시키려는 전형적인 식민사학의 논리와 닿아 있다.
일제 강점기, 조선사편수회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꺾기 위해 '단군'을 역사에서 지우고 '신화'로 조작했다. 홍 소장이 언급한 <삼국유사>의 편린들이나 민속 설화들은 일제가 난도질하고 남겨놓은 파편들일 뿐이다. 그 파편만을 가지고 단군의 원형을 찾겠다는 것은, 뿌리가 잘린 나무의 잎사귀 몇 장으로 나무 전체를 설명하겠다는 어불성설이다.
2. 《환단고기》는 '독'이 아니라 '해독제'다
홍 소장은 《환단고기》를 이유립이 조작한 위서라고 단정하며, 이것이 진짜 전승을 뒤섞어 놓았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묻고 싶다. 47대 단군, 2096년에 걸친 구체적인 통치 기록과 국가 경영의 원리, 영토의 변천사를 이토록 명확하게 제시하는 사료가 어디에 있는가?
일제가 불태우고 가져간 수십만 권의 사서들이 사라진 빈자리를 메우고, '신화'로 박제되었던 단군을 '역사'의 광장으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환단고기》다. 일본 극우파의 대륙사관을 따랐다는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만 갇혀 살지 않았고 그 활무대가 한반도를 포함한 만주 등 대륙사였다. 그 대륙사를 복원하는 것이 어찌 일본 극우의 논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단군을 반도 안의 작은 신비주의적 존재로 가두려는 홍 소장의 시각이야말로 일본 식민사학이 심어놓은 '반도사관'의 잔재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 |
| ai 이미지 |
3. 역사적 실체를 부정하는 학문적 게으름
홍 소장은 <해동전도록>이나 <무당내력> 등을 거론하며 단군이 선가나 무속의 중심임을 강조한다. 물론 단군은 우리 정신문화의 뿌리다. 하지만 그 정신의 뿌리는 엄연히 '고조선'이라는 실존하는 국가 체제 위에서 꽃피운 것이다.
《환단고기》 <단군세기>에 기록된 각 대 단군의 등극과 치적, 천문 현상의 기록 등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 그 진실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를 두고 '조작' 운운하며 외면하는 것은 학자로서의 직무유기이며, 일제가 주입한 '단군은 허구'라는 최면에 걸려 있는 것과 다름없다.
조상님 뵐 낯이 없는 쪽은 누구인가
홍 소장은 칼럼 말미에 "조상님들 뵐 낯이 없다"고 개탄했다. 맞는 말이다. 단군왕검이라는 엄연한 국조를 신화적 존재로, 산신령으로, 무속의 대상으로만 치부하며 그 빛나는 2천 년의 통치사를 부정하는 후손들을 보며 조상님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시겠는가?
단군 연구에 독을 탄 것은 《환단고기》가 아니다. 해방 후 80년이 지나도록 일제가 쳐놓은 '신화'의 덫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우리 역사의 진실을 담은 사료를 위서라고 공격하는 식민사학의 후예들과 그에 동조하는 지식인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파편화된 설화 속에서 단군을 찾는 '민속학적 접근'이 아니라, 47대 단군의 통치사를 당당히 역사적 실체로 인정하는 '사학적 용기'다.
<저작권자 © 한韓문화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문국’ 망령의 부활인가… 남원문화원은 누구를 위한 역사를 가르치는가
